[동티모르 다국적군 주축 호주.포르투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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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다국적군의 주축이 호주와 포르투갈로 압축되면서 두 나라가 동티모르 사태에 발벗고 나서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2천여명을 파병하려던 호주는 포르투갈이 1천명 파병설을 흘리자 파견병력 규모를 다시 4천명으로 늘리는 등 신경전을 펴고 있다.

20여개국으로 구성될 다국적군의 우위를 차지해 지휘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나라는 동티모르와 맺고 있는 특수한 인연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호주는 인접국인데다 동티모르 독립운동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 등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나라. 여기에다 동티모르 학살극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호주는 내심 인도네시아가 호전적인 이슬람국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의 인구에다 강력한 해군력 (3만9천여명) 을 포함해 39만명의 병력을 보유한 인구.군사대국. 반면 호주는 5만5천여명의 병력뿐이다. 호주는 또 인도네시아가 주변국을 동남아국가연합 (아세안) 으로 묶어 자신을 가상의 적 (敵) 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호주가 동티모르의 독립을 지원하는 데는 완충지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포르투갈은 동티모르를 2백50년 이상 통치했던 식민지 종주국. 포르투갈은 동티모르에 자치권을 부여해 독립국가로 만들어 가던 도중 인도네시아가 75년 침공, 강제로 합병한 데 불만을 표시해왔다.

포르투갈은 이 때문에 동티모르 독립 투표과정에서 국제사회를 대표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담판을 벌였던 당사자로 나섰다.

그러나 호주와 포르투갈의 개입 배경에는 독립후 이 지역에 산재해 있는 각종 자원개발권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나라는 동티모르와 호주 북서부의 해역인 티모르 갭 (Timor Gap)에 매장돼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지역은 모빌사가 지난 한햇동안 3백57억㎥의 석유.천연가스를 캐냈을 만큼 세계 5위의 유전지대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가 지난 75년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합병을 지지했던 것도 석유 공동개발권을 보장받았기 때문. 당시 포르투갈은 합병이 국제법 위반인 만큼 개발권 취득도 불법이라며 국제법에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은 벌써부터 티모르 갭의 석유개발 계약은 독립 동티모르 정부가 원점에서 다시 맺어야할 것이라며 침을 흘리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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