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능력시험 고득점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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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형식이 비슷해요. 당연히 수능 공부하는 데 도움 되죠.“ 지난 8월 치러진 제15회 KBS한국어능력시험(990점 만점)에서 810점(2+급)으로 19세 이하 전국 1위를 차지한 방유정(명덕외고 3)양. 서울대 국문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인 방양이 인증시험에 도전한 이유는 단순하다. 국어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서였다는 것.

방양은 평소 언어영역 공부를 위해선 문제 풀이 외에 따로 시간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모의고사에서 꾸준히 1문제가 틀리거나 만점을 받는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 온 독서습관 덕분이다. 문학작품이 다양하게 출제되고 긴 지문을 빠른 시간 내에 독해하는 능력이 관건이기 때문에 독서량과 점수가 비례한다는 것이 방양의 지론이다.

방양은 수험생인 지금도 틈나는 대로 1주일에 1권 정도 책을 읽는다. 초등학교땐 하루 1권, 중학교땐 1주에 2권 정도를 꼬박꼬박 읽어왔다.고등학교에 와서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많다. 그는 바로 이 점이 수능 모의고사나 인증시험 고득점에 영향을 끼쳤다고 자평한다.

“문학 종류를 특히 좋아해요. 어려서부터 세계명작 전집이나 고전소설을 많이 읽었죠. 지금은 ‘민음사 전집’을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그는 언어 관련 학원에 단 한 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인증시험을 대비한 학원 수업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평소에 교과서에서 어법에 관한 내용을 눈여겨보고 시험에 임박해서는 기출문제집을 풀어보는 정도면 충분하단다. 방양은 “한국어능력시험에선 수능 모의고사보다 실용문이 많이 나와 수능 심화학습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보험계약서가 주어지고 이 계약을 나에게 적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묻는 문제가 특이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문법·이해·표현·창안·국어문화로 나뉜 KBS한국어능력시험에서 국어문화를 제외하고 모두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받았다. “이 시험은 국어의 활용능력을 보는 것이지 지식의 많고 적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평소에 쓰는 말 중 애매한 뜻을 가진 낱말을 유심히 보고, 소설이나 시의 지은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시험을 치르면 도움이 될 겁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국어능력인증시험(ToKL)과 KBS한국어능력시험 =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국어인증시험은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국어능력인증시험(ToKL:Test of Korean Language)과 KBS의 한국어능력시험이 대표적이다. 두 시험 모두 취득 급수에 따라 자사고와 성균관대 수시모집 등 대학 입시전형에서 지원 자격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최근 중·고등학생의 응시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사고와 상산고를 지원하는 중학생들에게 국어능력인증시험 급수 취득은 필수나 다름없다. 상산고는 4급 이상 취득 학생에게 특별전형지원 자격을 부여하며, 민사고는 학교 주관 국어경시대회 성적표나 국어능력인증시험 성적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올 1월 국가공인자격을 취득한 KBS한국어능력시험도 ToKL과 마찬가지로 활용도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ToKL이 KBS시험보다 어렵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ToKL에는 KBS시험과 비슷한 어휘·어법·어문규정 등 ‘언어 기초 영역’, 이해·추론·비판 등 ‘사고력 영역’에다 듣기·읽기·쓰기 등 ‘언어 기능 영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두 시험 모두 기본적인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문장 속에 기본 원리를 적용해 보며 맥락을 이해하는 학습이 중요하다. 또 평소에 신문 사설 등 논리적인 글을 읽으면서 문장의 인과 관계와 핵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정한 주제를 선정해 직접 짧은 글을 써 보고 첨삭지도를 받는 것도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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