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제 개막작에 푸치니 걸작 '나비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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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토스카' '라보엠' '투란도트' '마농 레스코' '자니 스키키' '서부의 아가씨' …. 베르디와 함께 전세계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작품들이다. 하지만 푸치니 자신이 가장 아꼈던 오페라는 다름 아닌 '나비부인' (1904년) 이다.

전형적인 낭만주의 오페라답게 여주인공의 비운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미해군장교 (핑커톤) 과 일본 양가집 출신의 게이샤 (妓生) 초초상 (나비부인) 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나비부인' 이 오는 25일부터 국제오페라단에 의해 '99서울오페라페스티벌' 의 개막작품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나비부인' 의 서울 무대는 5년만의 공연이다.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 비해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았던 것은 일본에 대한 '국민 정서'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나비부인' 이 국내 초연된 것은 지난 70년. 중앙일보.동양방송 주최로 김자경오페라단이 시민회관 (현 세종문화회관 자리)에서 선보였다. 일본인이 연출과 프리마돈나를 맡았다.

이번 공연의 출연진을 보면 지난해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라보엠' 의 미미역으로 출연한 후 전격 캐스팅 제의를 받은 소프라노 김유섬을 비롯, 소프라노 김영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김향란 (국민대) 교수가 초초상 역을 맡았고 상대역인 핑커톤에는 최근 일본 무대 진출에 성공한 테너 이현과 테너 김진수 (국제오페라단장) 이 캐스팅됐다.

스즈키 (나비부인의 하녀)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김학남.박수연, 샤플레스 영사 역에 바리톤 유승공.이재환 등이 출연한다.

또 이탈리아에서 수학한 신예 연출가 정갑균 (36) 씨가 상징주의적인 무대를 꾸미고, 김덕기 (서울대 교수)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1904년 2월 밀라노 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됐다가 실패한 후 수정을 거쳐 1906년 파리 오페라코믹 극장에서 재상연된 '나비부인' 은 오페라 '이리스' '라크메' 처럼 청순한 마음씨를 지닌 여주인공이 외국 주둔군 장교로부터 버림받다는 내용.

초초상과 결혼한 핑커톤이 본국으로 돌아가 미국 여인과 재혼한 후 나가사키를 방문해 나비부인이 낳은 자신의 아이를 입양시키려고 하자 나비부인은 병풍 뒤에서 아이를 끌어안은 채 은장도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만다.

2막의 허밍 코러스, 나비부인의 아리아 '어떤 맑은 날' 이 유명하다. 또 1막에 나오는 '사랑의 2중창' 은 푸치니가 쓴 2중창 중 가장 길고 정교한 곡이다.

95년부터 서울무대에서 '노처녀와 도둑' '라보엠' '사랑의 묘약' 의 연출을 맡아온 정갑균씨는 "반원형으로 무대 전체를 감싸 고립과 기다림으로 점철된 나비부인의 공간을 형상화했다" 며 "2막부터는 나비부인의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 건물이 경사지게 무대를 꾸밀 예정" 이라고 밝혔다.

또 "회전무대를 활용해 템포 빠른 무대전환으로 막과 장의 구분을 없애는 대신 20여개의 장면을 클로즈 업해 보여주겠다" 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상황 설명이 아니라 무대장치의 일부로 영상 이미지를 활용할 계획.

정씨는 이번 공연이 끝나면 호남오페라단이 제작하는 오페라 '녹두장군 전봉준' (작곡 장일남) 의 대본.연출을 맡아 12월1일부터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돌입한다.

'나비부인' 의 공연 일정은 25일, 10월1일, 5일, 9일. 공연개막 오후 7시30분. 02 - 580 - 13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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