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음료용 지하수서 방사성 물질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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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5일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3~7월 전국 11개 술·음료 제조업체의 지하수와 제품 제조에 사용된 물의 방사능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5개 회사의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라듐이 검출됐다.

경기도 안성의 H사 지하수 4개 관정에서는 우라늄이 L당 17.04~64.48㎍(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 분의 1g) 검출됐다. 미국 먹는 물 기준치는 30㎍,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는 15㎍이다. 이곳에서는 라돈이 L당 1만9144~3만7700pCi(피코큐리, 1pCi=1조 분의 1Ci)가 측정됐다. 미국의 권고치(4000 pCi)보다 훨씬 높다.

대전의 S사 지하수에서는 라돈이, 충남 천안의 H사 공장에서는 우라늄과 라돈이 기준치를 넘었다. 기업들이 제품에 사용한 물에서는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제조 전 정수하면서 함유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술이나 음료 제조에 사용되는 물은 별도의 기준이 없고 수돗물(먹는 물)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현행 먹는 물 기준에는 우라늄·라돈 항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우라늄이 체내에 들어가면 뼈와 신장에 축적되며 신장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폐암·위암을 일으킨다. WHO는 지난달 22일 라돈 실내 공기 권고치를 2만7000pCi에서 2700pCi로 10배 강화했다. 지하수 방사성 물질은 자연적으로 나온 것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지하수를 정수 처리한 다음 제품에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주대 장재연(예방의학, 수돗물시민회의 의장) 교수는 “환경부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수질 기준 항목을 늘려 놓고 정작 위험한 것은 제때 도입하지 않는다”며 “환경부가 먼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 업체 중 충남 천안의 H사만 지속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생산기획관리실 김택봉 차장은 “주한미군에 납품을 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측정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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