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오디션 Mnet ‘슈퍼스타K’ 우승자 서인국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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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꿈을 꾸기 시작한 순간을 “1997년 김정민의 노래를 처음 들은 날”로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서인국. 그의 노래가 또 누군가에게 그처럼 ‘꿈’이 되는 날이 올까. [박종근 기자]

막 알에서 깨어난 새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쭈뼛쭈뼛 주위를 둘러보는 두 눈엔 호기심이 가득하다. 자신을 둘러싼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좋은 듯 파르르 몸을 떤다. 햇살과 바람, 신록을 심호흡으로 들이켜본다. ‘이대로 날아도 될까’ 두려움 반, 설렘 반이다.

케이블채널 Mnet 스타발굴 오디션 ‘슈퍼스타K’의 최종 우승자 서인국(22)은 이제 막 날개를 단 새다. 여느 스타에게도 이런 햇병아리 시절은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 국민이 그의 ‘껍질 깨기’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눈물과 웃음이 범벅돼 부화하는 ‘태초의 순간’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다듬어 지지 않은 매력=11일 만난 서인국은 여전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9일 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아트홀에서 열린 최종회에서 강력한 경쟁자 조문근을 제치고 우승했다. “꿈 같았던 순간”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과 축하 문자메시지, 그리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싸이월드 1촌 신청까지. “그냥 신기해요. 인터넷에서 제 기사를 보면 내가 아니라 원래 있던 가수 같아요.”

진하게 배어나는 울산 사투리가 새삼 ‘일반인’ 서인국을 되새기게 한다. 하긴, 아직 자기 노래 한 곡 없는 ‘오디션 합격자’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보면, 영혼을 뒤흔들만한 목소리도, 길 가다 돌아보게 만들 정도의 외모도 갖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청자는 그를 택했다. 프로 못지 않게 무대를 압도한 길학미(심사위원 이효리의 평), 출연자 중 유일하게 뮤지션이라는 느낌을 준 조문근(윤종신의 평)을 제치고 말이다.

“실력으로 그분들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노력하면서 나날이 나아지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실제로 초기 탈락할 뻔했던 그는 회를 거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신인작곡가와 함께 한 미션에서 ‘보이스 컬러’를 확인한 게 자신감을 줬다. 키(1m80㎝)에 비해 육중했던 몸무게(84㎏)도 합숙 기간 동안 보기 좋게 줄었다(76㎏). 여성팬이 몰리면서 심사위원 점수의 열세를 실시간 투표로 번번히 뒤집었다. “인기투표로 따낸 1등”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서인국은 “시청자들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뭔가를 제 안에서 발견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성적인 눈빛과 감미로운 목소리, 다듬어지지 않은 천진함이 대중이 기다려온 그 ‘뭔가’였던 셈이다.

◆72만대1 뚫은 행운아="늘 가수를 꿈꿨지만 어떻게 이룰지 몰랐던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대불대 실용음악과 4년) 진학과 함께 서울에 왔다. 오디션을 몇 번 봤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그래도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제 단점이 뭔지 콕콕 집어주시니까 배우는 기회가 됐어요. 지금도 다듬어야 할 게 많아요. 이제 시작인 걸요”

‘스마일 보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로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방송 중 딱 한번 눈물 홍수를 보인 적이 있다. 떨어져 사는 가족의 응원 VCR를 봤을 때다. “집안 형편에 부담 주는 게 싫어서 1년 가까이 집에 안 갔어요. 오랜만에 보는 부모님 얼굴에 주름이 어찌나 늘었던지….” 용접 일을 하는 아버지, 폐휴지를 줍는 어머니가 그에겐 최고의 팬이자 응원군이다. “제게 노래란 누구에게나 있는 상처를 내 식대로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남에겐 없는 경험을 살려 나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상금 1억원으로 어머니 가게를 차려드릴 것”이라는 그는 “72만 명 가운데 선발된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무렴, ‘슈퍼스타K’ 1등은 내년에도 나오겠지만, 1호는 영원히 서인국뿐이니까.

강혜란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숫자로 본 슈퍼스타K

제작비 40억원, 오디션 기간 7개월, 참가자 71만3500명, 평균 시청률 5.4%….

침체된 국내 가요계의 부활과 능력 있는 신인가수 선발을 목표로 시작된 Mnet ‘슈퍼스타K’(연출 김용범)가 남긴 기록이다. ‘상금 1억원 + 우승 즉시 앨범 발매’라는 유례 없는 혜택에 전국 각지에서 ‘노래 한다’ 하는 이들이 몰렸다. 평범한 이들의 스타 도전기는 치밀한 사전제작 속에 ‘가족애’라는 감동 코드로 전달됐고, 시청자들은 이들의 스토리에 빨려 들었다.

특히 9일 최종 방송분은 시청률 8.2% (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케이블TV 역대 시청률 기록을 또 한번 갈아치웠다. 월드컵 청소년축구 8강전과 방영시간대가 겹쳤음에도 순간 최고 시청률이 10.2%까지 치솟았다. 우승자 서인국은 최종회에서 선보인 신곡 ‘부른다’를 포함한 데뷔 앨범을 준비 중이다.

본선 진출자 중 정슬기·김현지도 이미 기획사와 계약해 본격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엠넷미디어 박광원 대표는 “첫해 를 바탕으로 내년엔 보다 알찬 무대를 준비할 것”이라며 “ ‘슈퍼스타J’(일본), ‘슈퍼스타C’(중국)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오디션 무대를 기획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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