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이회창총재…밖에서 연일 DJ에 포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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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미국에서 연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金대통령에 대한 미국과 교민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생각 같다.

그는 11일 (이하 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세계문제협의회 강연에서 "민주투사로 알려진 김대중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예전과 다름없는 구시대 정치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 포문을 열었다.

그의 공격수위는 李총재가 새로 조직하는 교포 후원회 모임에서 특히 높아지고 있다.

李총재의 강조점은 金대통령이 미국에서 알려진 것처럼 '민주주의의 화신' 이 아니라는 데 맞춰져 있다.

그는 "권력은 청와대에 집중돼 대통령 한사람이 거의 전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과 영향력도 무너지고 있다" 고 주장했다.

밀실 정치, 정부기관의 야당 탄압,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별적 법적용 등도 열거했다.

李총재는 미국내 DJ 이미지 바꾸기를 통해 '개인적 권력의 연장보다 법치를 존중하는 지도자' 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李총재도 연설의 핵심이 金대통령에게 맞춰졌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비난의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고민했다" 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청.계좌추적 등 정치탄압 사례를 폭로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잔뜩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수행의원들의 몫으로 돌리고 일단 포괄적인 접근을 하기로 했다.

12일 뉴욕특파원을 만난 자리에서 유흥수 (柳興洙) 의원이 "DJ가 인권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야당 계좌를 불법 추적하고, 도청을 하고 있다" 며 공격에 가담한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李총재는 또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통령' 이란 미국의 인식을 뒤집으려 한다.

경제의 조기회복은 "한국 근로자와 납세자.소비자.투자자 등의 정신력과 희생 덕분" 이라고 단정했다.

김대중 정부는 오히려 "단기 실적주의에 빠져 있다" 며 신랄하게 꼬집었다.

"무능력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가부장적 정부가 여전히 금융 및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는 비난을 퍼부었다.

금융위기 극복의 실상도 "민간부채를 공공부채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다" 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도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이영일 (李榮一) 대변인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민권 대통령이고 자유의 종 상을 탄 金대통령을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모함한 李총재의 행태를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라고 힐난했다.

李대변인은 李총재가 정기국회 회기중 소속의원들을 데리고 외유를 떠난 데 대해서도 비난했다.

여야의 감정대립은 정국 정상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 =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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