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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석학 3인의 진단] "美경제 연착륙 가능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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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경제는 과연 내리막길로 들어섰나. 세계의 근심어린 눈길에 대해 미국을 대표하는 3명의 경제 석학들이 진단을 내렸다. 결론은 "크게 걱정할 것 없다" 는 것.

제프리 삭스.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와 루디거 돈부시 MIT 교수는 일본의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 (東洋經濟) 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미 증시 폭락은 없을 것이며, 설사 폭락한다고 해도 금융위기.경기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품이 빠지면서 미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 는 우려에 대해 이들은 "미 정부는 일본이 90년대초 사용했던 급격한 긴축정책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연착륙이 가능하다" 고 대답했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과 관련해서도 맨큐 교수는 "주식으로 번 돈을 다른 자산에 투자하고 있을 뿐 거품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 주가 수준에 대해 "경제 펀더멘털보다 몇 걸음 앞서 있다" (삭스) , "상당한 과열상태" (돈부시) , "30~40% 정도 고평가돼 있다" (맨큐) 는 등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조정은 있겠지만 폭락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삭스 교수는 "미국의 '고성장.저물가' 가 영원히 갈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고 향후 수년간 주가가 상승할 경우에 한해 주가가 떨어질 것" 이라며 "그러나 그 경우에도 87년 '블랙먼데이' 때처럼 곧 원상태로 회복될 것" 이라고 낙관했다.

돈부시 교수는 "20% 가량 하락할 수도 있지만 실물경제쪽으로 파급되기 전에 대규모 감세 (減稅) 정책으로 수요를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주가폭락→미 경기위축→세계 경제 불황'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산성 증가에 따라 고성장.저인플레.저실업률이 반영구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뉴 이코노미' 론에는 3명 모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보통신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혁신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기조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실업률이 낮아질 수 있는 최저치는 4.2%며, 앞으로 매우 완만한 속도로 5%대까지 상승할 것" 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미 경제의 호황 원인에 대해 삭스 교수는 ▶생산성 향상▶강한 달러 정책 ▶실업률 저하 ▶서비스산업의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들었다. 돈부시 교수는 이밖에 ▶정보혁명 ▶주주들의 기업경영 적극 참여를 거론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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