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파이낸스 수사파장] 파이낸스 '투자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梁在爀) 회장에 대한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 삼부파이낸스 각 지점은 투자금 인출사태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부산.경남 지역 파이낸스 회사들에도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등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파이낸스는 자본금 5천만원만 있으면 세울 수 있는 상법상 회사이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안된다" 며 "높은 수익률만 보고 덮어놓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고 경고했다.

◇ '외화내빈' 의 파이낸스 구조 = 삼부파이낸스는 96년 1월 자본금 30억원을 사채 (私債) 로 조달해 설립등기를 마치자마자 자본금 전액을 인출해 껍데기 회사를 만들었다.

그 뒤 연 20~30%의 배당을 해준다는 달콤한 유혹으로 일반 투자자로부터 수천억원대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梁회장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삼부파이낸스건설 (96년 12월).한결파이낸스 (97년 9월).삼부엔터테인먼트 (98년 6월).삼부벤처캐피털 (98년 12월) 등 계열사를 잇따라 만들어 외형을 키운 뒤 이를 근거로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 흔들리는 파이낸스 업계 = 부산 삼부파이낸스 본사에는 지난 10, 11일 이틀동안 투자자 2백~3백명이 몰려들어 투자금 지급을 요구하며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여 업무가 중단됐다.

부산시내 10개 지점과 창원.진주.마산 등 경남 및 울산지역 지점에도 이틀동안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몰려 투자금 지급을 요구했다.

파이낸스 협회 소속 10개사와 부산.경남.울산지역 파이낸스사들에도 투자금이 안전한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는 등 투자금 인출사태의 조짐이 일고 있다.

부산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부산지역에만 전국의 40%에 달하는 파이낸스사가 난립해 있다" 며 "부산지역 은행과 종합금융사가 줄줄이 퇴출당한 뒤 빈자리를 파이낸스사들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피라미드식 영업을 통해 파고들어 서민들의 피해가 속출할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삼부파이낸스 측은 "회장이 구속되더라도 이는 개인비리인 만큼 회사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며 "만기가 된 투자금은 20일부터 정상 지급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 투자자 유의사항 = 파이낸스는 금융감독원의 감시를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상법상 회사다. 파이낸스사는 소수의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이를 중소기업이나 개인에게 급전을 빌려줘 얻은 이익을 투자자들이 배당형태로 나눠갖는 영업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파이낸스에 맡기는 돈은 '예금' 이 아니라 '투자금' 이고 수익도 이자가 아니라 배당금이다. 따라서 이 돈은 예금자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똑같지는 않지만 투자금 만큼의 지분을 가진 주주로서 참여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따라서 임직원들이 돈을 빼돌려 회사가 망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투자금은 고스란히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찰과 금감원은 상당수 파이낸스사들이 감독의 사각 (死角) 지대에 있다는 점을 악용, 대주주가 사 (私) 금고처럼 이용하거나 각종 불법.편법 금융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파이낸스사를 포함한 60여개 유사 금융기관들이 적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부파이낸스 건을 계기로 앞으로 유사 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조사나 단속이 잇따를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에 각별히 유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산 = 강진권 기자, 김종혁.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