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고속도 화물차 '공포의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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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화물트럭들이 과속 및 난폭 운전을 알삼아 승용차 운전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5월 1일 전 도로상에서 화물트럭에 대한 1차선 진입 허용 이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단속은 커녕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오전 11시20분쯤 왕복 8차선인 서해안 고속도로 1백주년 기념탑~서창 JC구간. 인천항을 출발한 덤프트럭 4대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가속이 붙기 시작한 이들 차량은 금새 시속 1백30㎞를 넘어 섰다.

제한 최고속도는 1백㎞. 잠시 후 이들 차량은 1.2차선을 왔다갔다 하며 앞서가는 승용차에 클랙션을 울려대고 라이트를 비추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승용차 운전자들이 화들짝 놀라 3.4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10여분 뒤. 이번에는 원목과 모래 등을 가득 실은 화물트럭 4대가 시속 1백

10㎞의 속도로 1차선을 따라 나란히 내달렸다.

적재함 덮개를 제대로 씌우지 않은 탓인지 원목찌꺼기와 모래가 도로로 마구 떨어졌다.

뒤따르던 한 승용차 앞 유리창에 모래 등이 '따다닥' 소리를 내며 부딪치자 승용차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곧 이어 승용차 4대가 줄지어 급브레이크를 밟기 시작했다.

자칫 연쇄추돌사고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도로에서는 지난 8월말 소나타 승용차를 타고 이곳을 주행하던 姜모 (38.부천시 원미구 중동) 씨가 화물트럭에 들이받혀 전치 3주의 상처를 입는 등 한달 평균 1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화물트럭 적재함에서 떨어진 원목찌꺼기와 돌 덩어리 등으로 차가 파손되는 피해 사례만도 월 평균 30여건에 이른다.

이 구간 통과차량은 하루 평균 1만2천여대. 이중 화물차량이 30%를 넘는다.

운전자 최영철 (31.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씨는 "화물트럭들이 시속 1백30~40㎞ 정도로 과속 질주하는 바람에 고속도로를 타기 겁이 날 정도" 라고 말했다.

매일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김철영 (41.경기도 부천시 중동) 씨는 "화물트럭들의 1차선 진입 허용과 과속 난폭 운전으로 승용차들이 설 땅을 잃어버렸다" 며 "화물트럭에 대한 1차선 진입을 예전처럼 제한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서해안 고속도로에 단속 차량과 직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화물트럭들의 과속 및 난폭 운전을 방지하겠다" 고 밝혔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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