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주먹구구식 국민연금 보험료 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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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서울 도봉.노원지구 소속이라는 여자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녀는 상부에서 연금 보험료를 상향조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니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집의 경우 원래 5만3천원을 내야 하지만 가계부담이 커질 테니 4만6천원만 내라고 했다.

나는 3만1천8백원을 내던 기존의 보험료에 비춰 너무 비싸다면서 "처음 실시할 때는 최저금액이라도 신고만 하면 될 것처럼 말해 놓고서 이제 와서 딴소리냐" 고 따졌다.

그랬더니 그는 요즘 신문도 안보느냐고 핀잔을 주면서 의사.변호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필두로 연금 보험료를 일제히 상향조정하고 있으니 알아서 협조하라고 했다.

곧이어 얼마를 더 낼 것인지에 대한 독촉이 집요하게 이어져 한 동안 입씨름이 벌어졌다.

지친 나머지 나는 "그러면 그렇게 하라" 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국 그날 승강이 끝에 우리는 6천원을 추가부담하게 됐다.

사회보장을 강화하려는 국민연금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처럼 보험료 납입액을 전화 한 통화로, 그것도 마치 물건값 흥정하듯 밀고당기는 입씨름 끝에 결정하는 현실이 서글펐다.

국민연금 보험료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다면 어느 시민이 자신이 내는 보험료에 수긍하면서 지낼까.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국민연금 보험료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jbinlee <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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