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없애라” “적절치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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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선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이사진 교체 과정이 쟁점이 됐다. 민주당이 공정택 교육감을 상대로 이 과정에 시교육청이 개입한 경위를 파고들어서다. 지난 8월 말 재단 이사회는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학영 YMCA 사무총장 대신 손병두 KBS 이사장과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를 신임 이사로 의결했다. 안민석 의원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교과부와 시교육청이 움직이고 있다”며 “중부교육청이 올 3월 ‘설립자의 의사에 반해 해산할 수 없다’는 재단 정관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청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김진표 의원도 “공권력을 동원해 외압을 행사하지 말라”고 말했다. 공 교육감은 “교과부 국감에서 처음 들은 이야기”라며 답변을 피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잠시 보였다. 외국어고 문제를 두고서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수도권 외고생의 84.4%가 특목고 대비 학원에 다녔고, 91.6%는 1년 내내 사교육을 받고 있다”며 폐지론을 폈다.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은 “최근 4년간 어문계열로 진학한 외고 졸업생은 30%를 넘지 않는다”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공 교육감은 “외고를 없애거나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무현 정부 교육부총리 출신인 김진표 의원은 “2006년 외고 폐지를 주장했다가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는데 참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국감 파행은 사흘째 계속됐다. 여야는 전날 이 문제로 격돌,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감사를 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야당의 조직적인 작전에 의해 국감이 파행되고 있다”며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역공을 펴자 민주당 의원들은 “망언”이라며 격분했다. 일부 의원 간에는 “어차피 다 엉망이 됐다” “도발이다” “24시간 하고 싶은 말 다해라” “국민은 정 총리를 XXX로 본다” 등의 원색적인 용어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후 3시간 정회 뒤 밤 늦게 속개된 국감에선 민주당이 정 총리 문제를 다시 꺼내자 한나라당은 임해규·김선동 의원을 뺀 나머지 의원들이 퇴장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정 총리 거짓말 논란=민주당은 정 총리의 거짓말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최재성 의원은 “정 총리가 청암재단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인사청문회 이후인 지난달 29일”이라며 “등기부등본에는 아직도 등기이사”라고 말했다. 이 날짜로 발급된 등기부등본도 공개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자리를 전부 사직했다”는 정 총리의 청문회 답변이 거짓말이라는 주장이다. 최 의원은 또 “정 총리는 ‘예스24’ 외에는 고문이나 자문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1999~2002년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고도 했다.

총리실은 해명 자료에서 “당연히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았지만 다소 늦게 누락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 건에 대해선 “질의 취지를 영리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해 없다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4년간 아홉 차례 회의에 참석해 자문료 등으로 360만원을 받았다며 수입 내역도 공개했다. 

임장혁·박수련·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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