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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 참여자도 훈장 줄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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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좌파의 독립운동 진상도 규명돼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한나라당은 경계하고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의 언급이 좌익세력의 독립운동을 부각해 현재의 이념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일제 상황에선 이념보다 민족이 우선됐으므로 원론적으론 공감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또 해방 이후 이들이 한국 사회에 끼친 공과를 함께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26일 당 상임운영위원 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이념갈등으로 찢어놓으려는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과거사를 놓고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국민 분열만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김용갑 의원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전쟁을 비롯한 건국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르고 하는 말 같다"면서 "우리나라의 정통성과 체제를 부정한 인물들을 독립운동가로 보상한다는 것은 기가 막힐 일"이라고 반발했다.

386세대인 원희룡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사회주의자도 독립운동을 했다고 인정하는 정도면 문제가 없겠지만 김일성 왕조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까지 우리 정부가 훈장을 주기 위해 재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장윤석 의원도 "뜻은 이해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 문제와도 연관이 된 문제라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역사의 복원과 나라의 정체성이 충돌하는 사태를 걱정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과거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구제.보상을 이원화하는 내용의 과거사 대책을 마련, 박근혜 대표에게 보고했다. 박세일 연구소장은 "과거사 정리가 정치권과 시민운동단체에 의해 주도되는 상황은 적절치 않다"며 "중립.독립적인 전문가들로 전담 연구기관을 구성해 체계적인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대변인도 "잘못된 역사를 재조명하는 데 반대하지는 않지만 학자들로 구성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의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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