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도 '당민주화'로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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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동복 의원 : "김대중 대통령이 중선거구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국민회의 안에서조차 불만세력이 많은데 관철될까. "

지대섭 의원 : "그렇지 않아요. 선거구제는 기립투표로 결정하게 되는데, 누가 감히 DJ의 뜻을 어기고 반대합니까. 반대한 의원은 그날로 공천 끝인데…. "

박구일 의원 : "맞아, 우리 (자민련) 야 워낙 당이 민주적이라 제뜻대로 투표하겠지만…. 충청권은 몰라도 우리 영남권 의원들은 중선거구제로 가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납니다. "

6일 낮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3층 커피숍.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자민련 의원세미나 (소속의원 55명중 43명 참석)에선 오랜만에 곳곳에서 의원들간의 토론이 꽃을 피웠다.

발언 중엔 '1인 보스정치' 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차기주자들이 촉발한 당내 민주주의 논쟁에 영향받은 듯하다.

충청권의 초선 정우택 (鄭宇澤.46) 의원은 "그렇게 어렵게 지켜온 내각제 당론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진 것도 보스가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는 비민주적인 당구조 때문" 이라며 김종필 (金鍾泌.JP) 총리를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선거구제 문제를 중선거구로 마음대로 정한 것도 여권 수뇌부 4인회의" 라며 하향식 의사결정을 비판했다.

'헤쳐모여식 신당창당론자' 인 박철언 (朴哲彦) 부총재는 "재벌에 황제식 오너체제를 청산하라고 하기 전에, 정치권부터 황제식 오너정치체제를 청산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金대통령에 대해선 "결국, 명예총재로 2선후퇴할 것을 기대한다" , JP에 대해선 "민주적.상향식 공천이 돼야 한다" 고 말했다.

반면 이긍규 (李肯珪) 원내총무는 "똘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며 JP중심의 단결을 강조했다.

김용환 (金龍煥).이인구 (李麟求).강창희 (姜昌熙)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도 역시 불참했다.

그러나 비주류의 선봉에 서있는 김용환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나마 국민회의에선 당내 비판이라도 나오지. 자민련은 그런 것도 없으니 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며 최근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JP의 당 장악 상황을 냉소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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