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로씨 일본 출국 의미 논란] 석방이냐 추방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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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국내법은 수감자가 가석방될 경우 법무당국의 보호관찰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권희로 (權禧老) 씨는 일단 도쿄보호관찰소의 보호관찰을 받고 주거지도 일본 도쿄로 지정됐다.

그러나 보호관찰소장이 "한국에서의 생활이 갱생을 위해 적합하다" 는 판단을 함에 따라 출국이 허용됐다.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자유의 몸이 되는 인도적인 배려가 이뤄진 것이다.

한.일 양국간에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고 일본이 가석방 수감자의 해외생활을 허용한 사례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일본 법무당국이 취한 權씨의 가석방 조치는 법적 형태는 갖추고 있지만 정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법무성 관계자도 "이번 조치는 '후견인이 확실하고 갱생장소가 적합한가' 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고 말했다.

權씨의 일본내 법적 지위는 특별영주권을 계속 가질 수 있을지가 초점이다.

그는 한국행을 결심하면서 재입국 심사를 받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權씨는 귀국과 동시에 특별영주권 자격을 잃게 된다.

金씨가 다시 일본행을 희망해도 입국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일 김경득 (金敬得) 변호사는 "재입국 심사 포기가 일본 당국이 제시한 조건이라면 비인도적인 부당한 조치" 라고 주장한다.

이는 사실상 강제추방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權씨 빼돌리기로 일관한 석방과정도 추방의 느낌을 갖게 한다.

석방이냐, 추방이냐의 논란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金씨는 인도적 차원에서 '가석방' 된 것이며 한.일관계의 새 시대를 연다는 상징적 조치인 만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일본 법무성도 金씨가 재입국 문제와 관련, 만일 權씨가 재입국을 신청한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보이고 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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