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기 대출금 3년간 상환 유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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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본 민주당 연립정권이 중소·영세 기업이 빌려간 대출금의 원금 상환을 앞으로 3년간 동결하는 지불유예(모라토리엄) 방침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민 중시를 내건 새 정부의 정책이지만 금융권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 겸 우정개혁상은 7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에게 중소기업 지불유예 법안을 이달 중 열리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빈틈없이 확실하게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8일 보도했다.

지불유예는 금융회사 대출금 상환을 일정 기간 연기해주는 것으로, 대출받은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천재지변 등 비상상황이 벌어졌을 때 취하는 조치다. 일본에서는 관동대지진(1923년) 때 3주간 지불유예 조치를 실시한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심각한 자금부족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실시하지 않은 조치다.

은행·신용조합 등 금융회사협의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의 대출금은 국민의 예금”이라며 “지불유예가 강행되면 지방의 영세 금융회사는 경영난에 빠질 뿐 아니라 뱅크런(예금인출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금융청에 실행방안 수립 실무반을 구성했으며 이달 26일 열리는 임시국회에 법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가메이 금융상은 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자금부족 사태가 진정됨에 따라 기업어음(CP) 매입 조치를 연말에 중단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가메이는 “일본은행은 시중의 자금사정을 너무 모르고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 기피와 대출 회수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지불유예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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