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성] 웨딩매니저 하연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웨딩매니저란 마치 친정어머니처럼 신부와 동행하면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혼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 일반인에게는 아직 낯선 직종인 웨딩매니저 하연주 (26) 씨.

그는 신부들이 드레스.신부화장.비디오사진.폐백음식 등 결혼에 필요한 이런저런 것들을 가장 좋은 조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신부와 만나 예산을 함께 짜고 드레스점에 함께 가고 피부 마사지하는 곳에도 일일이 함께 간다.

심지어 야외촬영까지 쫓아가 '좀 더 신경써서 찍어달라' 며 사진기사를 독려하기도 한다.

"신부에게 봉사료를 받진 않습니다. 단지 드레스점이나 미용실 등에서 약간의 커미션을 받지요. 그러나 커미션을 포함해도 시중가보다는 훨씬 값이 싸요. "

하씨가 웨딩매니저란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외국어대 독문과에 재학 중 97년 결혼과 함께 휴학한 하씨는 당시 친구들의 결혼준비를 '발벗고' 도와주는 일을 재미삼아 하고 있었다.

"하루는 드레스점에 친구와 갔는데 주인이 '소질이 있다' 며 웨딩매니저를 제의하더군요 " 실제 하씨는 어느 상점을 가든 '주인과 단번에 친해지며' , '놀라울 정도로 가격을 잘 깎는' 능력을 지녔다.

여기에 심미안도 만만치 않아 웨딩매니저로서 자격을 갖춘 셈. 이후 수많은 업소를 개척 (?) 하고 인터넷사이트 (http://myhome.netsgo.com) 도 열었다. 이렇게해서 결혼을 도운 쌍이 30쌍. 한달에 4쌍을 도우면 월 1백만원 수입이 생겼다.

하씨는 "과거에는 친정 어머니가 신부를 도왔지만 이제는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사람이 신부들을 도와야한다" 고 말한다.

가령 웨딩드레스만 하더라도 좋은 디자인이나 질을 파악하는 눈에 가격을 두루 꿰고 있어야만 하는데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힘들다는 것.

"식장에서 '신부입장' 을 하는 신부를 지켜볼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신부를 완벽하게 치장시켰다고 생각이 들면 가슴이 뿌듯해지죠. "

이젠 입 소문이 나 매니저가 되어달라는 요청도 적지않게 들어오고 있다며 하씨는 웃는다.

'신혼여행지에서 머리핀을 뺄 때 린스로 한번 헹구고 빼면 쉽다' 는 자상한 조언까지 잊지않는 그를 신부들은 결혼 후에도 잊지않아 모두 '수다 친구' 로 지내고 있다.

"웨딩매니저는 훌륭한 소호 산업입니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연구를 해야지요. " 하씨의 각오다.

이경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