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뇌한국21' 남은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말썽 많던 '두뇌한국 (BK) 21' 사업의 선정 작업이 끝났다.

대학의 과학기술 발전, 지역대학 육성과 디자인 영상 등 특화분야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연간 2천억원씩 7년간 집중 지원하는 고등인력 양성 지원책이다.

이제 이 지원책이 지닌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수정을 통해 시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BK21' 사업의 핵심적 요체는 우수한 대학원 인력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과학분야의 세계적 두뇌를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는 데 있다.

지원액의 75%가 대학원생과 학문 후속세대에 투자된다.

말로만 고등인력 양성을 주장했지만 우리 대학 현실은 이 부문 완전 사각지대였다.

석.박사를 마치고 교수가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귀중한 연구생활을 아르바이트와 시간강사로 용돈을 벌어야 하는 고달픈 나날의 연속이다.

제대로 된 연구와 업적을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어렵다.

이제 이 제도로 해당분야 박사를 마친 연수생 1천5백명이 연 1천5백만원의 연구지원을 받고 석.박사 과정도 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대학원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또 연간 해외유학비 11억달러를 상당량 줄이는 기능을 하면서 대학원교육의 자생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번째 장점은 대학간 공동연구와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사업은 대학간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단 구성을 유도했다.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2~3개 대학이 공동참여를 함에 따라 대학간 벽을 허물고 실제적 공동연구가 활성화 된다.심사기준에서 참여교수들의 학문적 성과를 중시했기 때문에 향후 대학평가에서도 교수의 연구성과가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런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여전히 남는다.

선별적 집중지원이라는 대원칙은 소중하지만, 사업발표 초기부터 제기된 '부익부 빈익빈 (富益富 貧益貧)' 현상이라는 사립대측의 반론을 수용할 대안이 없다.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서울대가 12개분야, 과학기술원.포항공대가 6개와 4개분야에 선정되면서 사업신청을 한 일부 사립대와 지방 국립대는 '짜여진 각본에 들러리만 섰다' 는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당초 이 사업은 서울대의 대학원중심대학 유도를 위해 시작된 것이 여의치 않자 전대학 공모체제로 바뀌면서 말썽이 시작됐다.

정책방향이 선회하면서 불협화음을 자초한 것이다.

해당분야의 대학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 국책.국립대학만이 아니라 사립대학의 우수인력 양성 유도를 위해서도 별도의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예컨대 통역대학원의 경우 2개 대학이 신청했지만 1개 대학만 선정됐다.

한 대학만 집중 지원할 경우 후발주자는 영원히 경쟁상대가 안되는 독과점체제가 된다.

이런 불균형을 막고 대학간 자율경쟁을 유도할 후속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