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가 열전] 2. 미클로스 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윌리엄 와일러 감독, 찰튼 헤스턴 주연의 '벤허' (1959) 는 영화음악사에서 길이 빛나는 금자탑이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미클로스 로자 (1907~95) 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태생.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으나 음악을 더 좋아했다.

8세때 하이든의 '장난감 교향곡' 을 지휘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30년대 초에 작곡한 그의 '주제, 변주와 피날레' 는 소박한 민요를 주제로 다채로운 관현악의 색채를 구사한 작품. 1943년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필을 지휘해 화려하게 데뷔했던 역사적인 음악회에서도 연주되었던 곡이다.

로자가 영화음악가로 방향을 틀기로 결심한 것은 영화 '레미제라블' 에 감명을 받고부터. 36년 영국으로 건너가 역시 헝가리 태생의 명감독 알렉산더 코르다를 만나 음악을 맡은 마를렌 디트리히 주연의 '갑옷 없는 기사' (37년)가 그의 데뷔작이다.

이들 콤비는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바그다드의 도적' (40년) 과 '정글북' (42년) 을 만들었다.

로자의 출세작은 '쿼바디스' (51년) 를 시작으로 '줄리어스 시저' '벤허' '왕중왕' '엘 시드' 로 이어지는 다섯 편의 '대서사시' .이들 음악이 생생한 감동을 주는 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음악문헌을 뒤지면서 음악의 원형을 찾으려 했던 로자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천년 전 악기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했다.

이밖에도 '잃어버린 주말' '스펠바운드' (45년) '이중생활' (46년) '페오도라' (77년)가 유명하다.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틈틈이 클래식에 대한 열정도 놓지 않았다. 거의 매년 이탈리아에서 보낸 여름 휴가 때는 협주곡 작곡에 매달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