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결단력 있는 CEO는 헹가래치고 싶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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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단력 있는 CEO는 헹가래치고 싶고요

"우유부단한 모습은 '노', CEO라면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부하 직원들이 CEO에게 바라는 것은 물 흐르는 듯한 언변도 자상한 성품도 아니다. 포스코.하나로통신.좋은사람들 등 기업체 사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1%가 '결단력'을 CEO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았다. '언제 CEO가 가장 불만스러우냐'는 질문에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일 때"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모 기업체 입사 10년차인 김정미(35)씨는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 CEO의 모습을 보면 직원들의 사기는 절반으로 떨어진다"며 "어려울수록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유부단함(32%) 다음으로는 언행이 다를 때(24%), 능력이 부족하거나(23%), 지나치게 독재적일 때 (16%) 순이었다.

이 밖에도 '본인이 CEO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30대 후반~40대의 중견 사원들은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대답한 반면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젊은 직원들이 "CEO가 되길 원치 않는다"고 대답했다.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산더미 같은 업무와 그에 따른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

대기업 CEO가 수십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 60%가 "적당하거나 부족한 정도"라고 대답한 것도 이 같은 CEO의 부담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 추진력 강한 직원 보면 업어주고 싶지요

"저 친구는 하는 일은 없는데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간단 말이야…" 혹시 우리 회사 CEO가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설문에 참여한 CEO 중 약 44%가 "월급 주기 아까운 직원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사장실에 앉아 있으면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누가 어려운 일은 남에게 떠넘기고 게으름을 피우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며 "'눈엣가시'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직원에게 똑같이 월급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마음이 쓰리다"며 웃었다.

CEO들은 책임감이 없거나(35%) 변명을 잘하는 부하(35%)를 '가장 미운 부하 직원'으로 꼽았다. 동부제강 신삼현 부사장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직원을 보면 답답하다"며 "이런 부하에게는 몇 번이고 직접 충고를 해 태도를 바꾸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업무 능력이 떨어지거나(12%) 지각을 자주하는 경우(9%)등이 미운 부하의 요건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장 예쁜 부하 직원'의 요건은 무엇일까. 31%가 '강한 업무 추진력'이라는 당연한 대답을 했다. '강한 책임감'을 든 CEO도 30%였다. 화장품 브랜드 엘리자베스 아덴의 김태현 한국지사장은 "경제가 어려운 때인 만큼 직원들의 더욱 헌신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이런 '예쁜'직원을 만드는 것도 CEO하기 나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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