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亞 5개국 정상회담…경제.군사협력 방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고대 동.서양을 잇던 실크로드가 미국의 패권에 대항할 정치.군사적 요충지로, 또 막대한 지하자원을 배경으로 새로운 성장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은 옛 비단길 부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경제협력 강화 = 비단길에 최첨단 광통신망과 석유.가스관이 묻힌다.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3개국은 서방이 이 지역 개발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손을 잡기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유무역지대 설치가 목표다.

지난해 일본과 공동 개발키로 한 유라시아 고속철도 (중국 롄윈 - 네덜란드 로테르담) 건설과 유럽 - 아시아 광통신망 부설이 맞물릴 경우 중앙아시아 경제개발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카스피해 유전을 끼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중국에 이르는 3천㎞의 파이프 라인 건설. 이 지역은 확인된 석유 매장량이 2백80억배럴로 21세기의 마지막 석유 보고 (寶庫) 로 불린다.

또 타지키스탄은 알루미늄, 키르기스스탄은 금을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도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직접 수송하는 파이프 라인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실크로드 부활에는 중국도 반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개발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국영기업의 과잉설비를 이 지역으로 이전, 국내의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다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서방의 막대한 자본과 중.러의 지역적 메리트 사이에서 줄타기 협상을 할 속셈을 갖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 정치.군사적 협력 증진 = 7천㎞에 이르는 5개국간 국경선 확정 문제는 국경지역의 병력축소 등을 통한 단계적인 확정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상하이 (上海) 합의로 중.러의 국경 문제가 일단락된 데다 중앙아시아 3개국과 중국의 국경문제도 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상들은 각국의 안보문제와 현안에 대한 주고받기식 협력으로 실익을 챙겼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패권에 대항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보다 공고히 했다.

건강 문제로 올해 단 두번의 외국 나들이만 했던 옐친 대통령이 부축까지 받으면서 이번 회담에 참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큰 보따리를 챙긴 것은 중국. 중국은 새로운 마약 밀매 루트로 떠오른 타지키스탄으로부터 마약 단속강화 약속을 받아냈다.

중.카자흐스탄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위구르족의 자치 요구문제에 대한 공동대응도 이끌어냈다.

중국이 대신 내놓은 카드는 경제협력 강화다.

러시아는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중앙아시아 3국은 각국의 경제난에 따른 지방 군벌의 난립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끌어내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는 외교적 성과를 올렸다.

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