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무력화 말라” “노조도 경쟁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임태희 노동부 장관(오른쪽)이 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추미애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는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놓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추미애 위원장(민주당) 간에 날 선 공방이 오갔다.

추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의원들이 한 차례씩 질문을 하고 난 뒤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장관은 취임 이후 노조를 후진적 노사관행의 한 축으로 보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며 “이는 반노동적이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최근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우리 노사문화는 후진적이며, 13년간 시행이 유예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는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비판한 것이다.

추 위원장은 “이 법(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13년 전 독재정권이 날치기한 법”이라며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을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3년 전 날치기한 정권이 다시 (정권을) 잡더니 (노조의) 뿌리를 뽑으려 한다는 인식은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법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3월 여야 합의로 만들었다.

임 장관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며 “노조도 경쟁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해 당당해져야 한다”고 되받았다.

그러자 추 위원장은 “노조 가입률도 낮고 힘들게 지난 10년간 정착돼온 제도인데, 노동부 수장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노조도 국제규범에 맞게 당당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공방은 20분 넘게 계속됐고 예정에 없던 추 위원장의 질문 공세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한나라당의 환노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휴게실로 가며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에게 “위원장이 훈계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연방 “미안하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의원들의 추가 질의가 끝난 오후 6시20분 다시 “장관에게 묻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한나라당 이화수 의원이 “아까도 30분 얘기하고 뭘 더 하려느냐. 이런 상임위는 없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추 위원장은 “점잖지 못하다”며 이 의원을 반박했다. 이어 여야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갔다. 결국 추 위원장은 4분 뒤 정회를 선포했다.

이날 질의에서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영세사업장은 대기업보다 경영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300인 이하 사업장은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강제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임 장관은 “정부도 당사자다. 원칙을 훼손하는 노사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