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 與 감싸고 野 헛짚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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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법사위의 옷 로비 의혹 청문회 이틀째인 24일 첫번째 증인으로 나선 연정희 (延貞姬) 씨는 "부끄러운 자리" 라고 수차례 되뇌면서도 의원들의 질의엔 부인으로 일관했다.

국민회의 의원들은 延씨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 등 편드는 기색이 역력했고, 이 때문에 여야 의원들은 신문 도중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법사위와 소속 의원들 사무실엔 하루종일 "진상을 밝히려는 것이냐, 덮어주려는 것이냐" "그렇게 할 바엔 집어치워라" 는 전화가 쇄도.

◇ "15년된 옷 아직 입는다.

" =延씨가 억울하다고 거듭 호소하자 한나라당 안상수 (安商守) 의원은 "증인이 답변하는 걸 보니까 '깃털만 남고 몸통은 어디 갔나' 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 비아냥댔다.

그러자 국민회의 조찬형 (趙贊衡) 의원은 "깃털이 어딨어" "야단치지 말고 해" 라고 고함쳤고, 한영애 (韓英愛) 의원은 목요상 (睦堯相) 위원장에게 주의를 주라고 요구. 특히 韓의원은 자신의 신문시간 대부분을 延씨를 거드는데 할애했다.

그는 "내가 조사해 보니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이나 증인 (延씨) 이 생각보다 검소하더라. 나는 확신을 갖고 있다" 며 적극적으로 延씨 편을 들었다.

韓의원은 나아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딸 결혼식이 있었고, 다른 장관들과 어울려 언필칭 그런 (옷)가게에서 옷을 산 게 이런 억울한 일을 초래한 것 아니냐" 며 신문인지 대리 해명인지 모를 정도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延씨는 "바로 그거다" 고 화답. 韓의원은 또 延씨가 사치스런 소비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의원을 겨냥, 延씨가 준비해온 검은색 바지 정장을 鄭의원 등에게 보여주라고 延씨에게 충고. 延씨는 이 옷을 쳐들어 보이면서 "84년 한 상설 할인매장에서 산 것으로 헤진 곳을 누벼 아직도 입고 있다" 고 설명. 국민회의 조홍규 (趙洪奎) 의원도 신문도중 延씨에게 '억울함' 을 호소할 발언기회를 제공했다.

延씨는 "현재 심경을 한번 얘기해 보라" 는 趙의원의 유도성 질문에 미리 작성해온 쪽지를 보며 "나는 이번 사건으로 30여년의 삶이 갈가리 찢긴 가장 큰 피해자" 라며 울먹였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睦위원장은 즉각 趙의원에게 "지금 신문하라고 시간을 준 것" 이라고 주의를 줬고 야당 의원들도 야유. 趙의원은 "위원장이 내 신문 스타일을 어떻게 아나" 라고 소리쳤다.

◇ 나훈아 쇼 티켓 구입자는 延씨 = 정형근 의원은 延씨가 강인덕 (康仁德)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 (裵貞淑) 씨 등과 함께 구경간 '나훈아 쇼' 의 티켓을 산 장본임임을 밝혀냈다.

鄭의원은 "그 티켓을 누가 샀느냐" 고 延씨에게 물었으나 延씨는 "거기 가긴 갔다" 며 잠시 딴청. 鄭의원이 "증인이 표를 사지 않았느냐" 고 거듭 따지자 延씨는 잠깐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다가 "네" 라고 답변.

◇ "대질신문하겠다" =호피무늬 코트를 받은 날짜 등 핵심 의혹과 관련해 裵씨와 상반된 증언을 한 延씨는 "裵씨가 언제라도 대질신문을 받겠다고 했는데…" 라는 얘기를 듣자 "나도 받겠다" 고 언급. 이에 따라 법사위원들은 25일 3당 간사회의를 열어 이날 중으로 延.裵씨와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 (李馨子) 씨.정일순 (鄭日順) 라스포사 사장 등 사건의 핵심 인물들을 한자리에 불러 대질신문을 벌이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한편 延씨에 이어 증인신문을 받은 이형자씨 동생 이영기씨는 "정일순 사장은 '연정희씨 성격이 보통이 아니다' 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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