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야 내달 총재경선…불붙은 선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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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다음달말 총재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자민당은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총리) 총재에게 도전장을 던진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전 간사장.야마사키 다쿠 (山崎拓) 전 정조회장이 당 노선에 반기를 들고 세 뒤집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창당 주역인 간 나오토 (菅直人) 대표와 정치 명문가 출신의 하토야마 유키오 (鳩山由紀夫) 간사장 대리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자민당 3인 대결]

◇ 쟁점 = 당의 노선을 둘러싼 후보간 대립이 최대 이슈. 현재의 자민.자유 연정에 공명당을 끌어들이려는 오부치의 보수 대연합론에 가토.야마사키가 제동을 걸고 있다.

가토는 23일의 첫 유세에서 보수 대연합론을 물고늘어졌다.

덩치만 불리는 인위적 정계개편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는 것이다.

야마사키도 한 목소리다.

두 후보의 보수대연합 비판은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모체로 한 공명당에 대한 당내의 반감을 의식한 것. 보수 대연합에 국민의 47%가 비판적이라는 조사 (아사히 신문) 도 명분을 주고 있다.

오부치 진영은 두 후보 주장에 펄쩍 뛴다.

이달초 당이 결정한 사안을 비판하는 것은 해당행위라는 입장이다.

두 후보 입장에 자유당은 찬성하고 공명당은 불쾌해하는 등 이해가 얽혀 있는 것도 오부치에게는 부담이다.

오부치의 리더십도 다시 들먹거려진다.

가토는 뉴스위크지와의 회견에서 "오부치는 자신을 '무 (無)' '공 (空)' 으로 부르고 있지만 국민은 지도자의 강력한 메시지를 원한다" 고 강조했다.

오부치는 '진공총리' 의 리더십은 이미 지지율로 검증받았다고 맞받아친다.

◇ 판도 = 현재로선 뚜껑을 열어보나마나 오부치의 압승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부치는 노선문제로 당원표 (약 3백표) 를 다소 잃겠지만 의원표 (3백70표) 의 3분의2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 후의 당정개편과 차기총재 선거를 위해 유력.중소파벌은 모두 오부치 지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파벌의 나눠먹기 논리에 대한 비판은 쏙 들어갔다.

50%대의 국민지지율도 오부치에게는 버팀목이다.

가토는 비록 낙선해도 '정책의 가토' 이미지를 심어 차기의 지반을 다지겠다는 생각이다.

야마사키도 마찬가지. 판세가 오부치로 기울면서 당내에서는 벌써 당정개편 내용마저 흘러나온다.

그러나 당의 노선문제가 확산될 경우 선거전이 뜻밖의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2파전]

창당 주역인 간과 하토야마의 2파전이 될 전망이다.

요코미치 다카히로 (橫路孝弘) 총무회장과 이와구니 데쓴도 (岩國哲人) 전 이즈모 시장도 출마할 움직임이나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선거일을 자민당과 같은 시기로 잡은 것은 정책논쟁을 통해 자민당의 케케묵은 파벌정치와의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또 체제정비를 자민.자유.공명당 연정에 대한 반격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관측통들은 간의 수성 (守城) 이 위태롭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간은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장악해 왔으나 지난해 여성 앵커와의 스캔들 이후 휘청대고 있다.

개인적 인기는 물론 당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쳤다.

아사히신문의 차기총리감 조사에서 간은 지난해 11월 14%로 1위였다가 23일 조사에서는 2위 (4%) 로 밀려났다.

간의 인기에 의존해온 민주당 지지율도 7%로 추락했다.

하토야마 출마도 "간 체제로는 집권이 어렵다" 는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당내에서는 간 - 하토야마의 맞대결로 당이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강하다.

이념적 색채, 정치적 기반이 다른 두 후보의 알력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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