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장기수가 의대생으로…14년만에 출소 강용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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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연소 장기수로 14년간 복역한 후 석방된 강용주 (姜勇州.37.광주시 북구 우산동) 씨가 느지막한 나이에 모교인 전남대에 재입학, 의사의 길을 가기로 해 화제다.

姜씨는 85년 6월 전남대 의대 재학 중 민주화투쟁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에 연루돼 북한의 지령을 받고 학생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무기수로 복역 중 지난 2월 3.1절 특사 때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수감 중 '양심의 자유' 를 지켜 전향서와 준법서약서 제출을 거부, 세계 최연소 장기수로 국내외 인권단체 등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의예과 82학번인 그가 수감생활 중 입학 당시 꿈꾸었던 의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이 다시 강하게 들었던 것은 30세가 넘은 92년께. 장기수들이 잇따라 출소하고 학생운동가들이 재입학하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감옥을 나가면 열심히 노력해 좋은 의사가 돼야겠다" 고 결심했다고 한다.

예기치 않게 빨리 (?) 석방된 후 그는 쉽지 않은 의대 공부를 계속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지않으냐는 두려움도 들어 망설였다.

그러나 "늦어도 지금 시작하는 게 빠르다. 남들보다 14년 더 살면 되지 않겠는가" 고 판단해 모교를 방문,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재입학은 난관에 부닥쳤다.

재학 중 장기수배로 2회 연속 학사경고를 받아 제적됐던 그는 '학사경고로 인한 제적시 재입학을 불허한다' 는 전남대 재입학 지침 조항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측은 평생교육 차원에서 재입학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사회분위기 등을 감안, 재입학 지침을 개정해 姜씨가 내년 1학기에 재입학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姜씨는 "그동안 일탈됐던 궤도에서 정상적인 생활인으로 돌아와 사회에 봉

사하고 싶다" 며 "인권과 평화 등에 대한 사회활동은 훌륭한 의사가 된 이후에나 검토하겠다" 고 말했다.

광주 =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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