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도 이전 완료 '베를린 시대'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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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일은 이달말까지 옛 수도 본에 있는 중앙 행정부서를 새 수도 베를린으로 모두 옮겨 9월 1일부터 본격적인 베를린 시대를 개막한다.

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논의가 시작된 독일의 수도 이전은 91년 6월 독일 의회가 격론 끝에 베를린 천도 (遷都) 를 결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개시됐다.

지난해 11월 중앙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실이 베를린으로 이전한 데 이어 지난 6월 28일에는 수도이전 전담부서인 교통건설부가 이전을 완료했고, 23일에는 총리실이 베를린으로 이사해 사실상 독일의 권력 중추가 모두 베를린으로 옮겼다.

독일정부는 이달 말까지 이전을 완료하고 오는 9월 1일 베를린에서 첫 각료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집무실은 과거 동독 시절 에리히 호네커 공산당 서기장이 사용하던 집무실을 개조해 임시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이며, 2001년 현재 공사중인 새 건물이 완공되면 정식 입주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이전 행정기관들도 당분간 임시건물에 머물게 된다.

독일의회도 9월 6일 베를린의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천도후 첫 정기국회를 개막해 베를린 시대를 선포할 예정이다.

독일정부는 따로 공식 개막행사는 갖지 않을 예정이지만 9월 11~12일 이틀간 정부부처가 밀집한 베를린 중심가에서 시민이 주체가 돼 참가하는 거리축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정부는 동.서독 주민간의 통합을 가속화하는 한편 그간 침체됐던 베를린을 유럽의 외교.금융.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독일 최대의 도시이자 1871년 독일 통일 당시부터 2차세계대전 종전 때까지 독일의 수도였던 베를린으로 천도를 결정했다.

이전비용만도 2백억마르크 (약13조)가 드는 대역사를 추진한 것이다.

독일 영토내에서 동북쪽으로 치우친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기는 것에 대해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독일이 베를린 이전을 통해 2차세계대전 도발이라는 역사적 원죄를 벗고 동서유럽을 연결하는 경제대국으로 국제사회에 보다 이바지할 전기를 마련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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