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신라 진덕여왕 '태평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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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위대한 당나라 왕업을 여시니

황제의 높은 포부 창성하여라

싸움이 그치니 군사는 시름놓고

문교를 닦아 대대로 이을세라

하늘을 대신하여 은혜도 높으시고

만물을 다스리니 저마다 빛나도다

가없는 어진 덕은 일월과 짝하고

시운을 어루만져 태평시절 힘쓰시네

깃발은 어찌 그리 빛나게 나부끼며

군악소리 어이하여 그리도 우렁찬가

황제 분부 거스르는 외방 오랑캐는

잘리고 넘어져서 천벌을 받으리라

밝으나 어두우나 순박한 풍속이며

먼 곳없이 다투어 올리느니 복락이라

사월 조화는 옥촉같이 고르시고

일월과 뭇 성진 만방을 두루 돌아

산의 신령을 어진 재상 버리시고

황제께서 일 맡기시니 충량한 신하로다

5제3황의 덕 한가지로 이루어서

우리의 당나라 임금 밝게 비추리로다

- 신라 진덕여왕 '태평송'

신라 진덕여왕이 당 고종에게 바친 헌시다.

장차 문무왕이 될 김춘추의 아들 법민을 보내 이 시를 올렸다.

당 고종 역시 천자이기는 하되 측천무후 시대의 문패였다.

신라는 이에 앞서 복장을 당나라 것으로 바꾸고 이어서 연호도 당 연호를 쓰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법흥왕 때나 그 뒤에도 신라 자체의 연호를 지켰으나 이때부터 체제 전체를 당의 그것으로 일신하니 이것이 통일신라의 기반을 이뤘다 하고 또한 이것이 고대 사대주의 체제의 개막이라 해온다.

두 여왕들의 감수성이 돋보여 진덕은 시의 재능이 있었고 선덕은 지혜가 빛났다.

'태평송' 을 받고 당 고종은 아주 좋아해 법민을 중국 대부경 벼슬에 임명해 돌려보낸다.

제후국의 행복도 실상 편한 것만이 아니었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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