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맴도는 옷로비조사…의상실 구경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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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 법사위의 옷로비 현장조사 활동이 알맹이없는 겉치레 수준에 머물고 있다. 19일 김광식 (金光植) 경찰청장과 임휘윤 (任彙潤) 서울지검장의 내사.수사자료 공개 거부로 '김이 빠진' 조사는 20일 의원들의 '의상실 구경' 으로 이어졌다.

의원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거나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

더구나 의상실 관계자들이 23일부터 시작되는 증인신문의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돼 있어 의원들은 구체적인 질문을 자제했다.

의상실측도 한나라당 안상수 (安商守) 의원의 장부 (고객의 이름이 명시된) 제출 요구에 장부의 존재마저 부인하는 등 협조를 꺼렸다.

라스포사 정일순 (鄭日順) 사장의 남편인 정환상 (鄭煥常) 씨는 "연정희 (延貞姬) 씨에게 호피무늬 반코트를 전달한 것은 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을 뿐" 이라며 로비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앙드레 김은 한술 더떠 "우리 가게에서 제일 비싼 옷은 2백90만원" 이라며 "연정희씨에게 8백만원짜리 옷을 팔았다는 보도가 나와 너무 억울하다" 고 하소연했다.

앙드레 김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을 꼭 잡아달라" 는 부탁을 해 야당의원들을 멋쩍게 했다.

그러나 맥빠진 이날 현장조사 활동 와중에서도 청문회에서 반드시 '한 건 (件)' 하겠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걸음은 한층 분주해졌다.

이날 한나라당 이규택 (李揆澤) 의원은 검찰의 날짜조작 의혹을 새로 제기했다.

정형근 (鄭亨根) 의원은 연정희씨에 대한 1억원 상당의 밍크코트 세벌 로비의혹을 날짜별로 조목조목 따지며 강도높게 추궁했다.

이들은 "청문회 증인신문에서 반드시 검찰의 수사결과를 뒤집는 증언이 나올 것" 이라며 자신감을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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