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도피도중 아버지.누나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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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탈옥수 신창원 (申昌源.32) 이 도주기간 중에 자신의 고향에서 아버지.누나를 만났고 파출소 무기 탈취까지 시도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경찰은 申의 가족과 연고지 등에 대해 엄중한 감시를 해 왔지만 결국 감시망은 엉성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가족 상봉 사실을 알면서도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부산지검 강력부 (閔有台부장검사)가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 새롭게 드러난 수배 중 행적 = 검찰과 申의 가족 등에 따르면 그는 도주기간인 97년 3월과 10월 아버지 申홍선 (74.전북 김제시 금구면) 씨와 누나 인숙 (36.정읍시 옹동면) 씨를 만났다는 것이다.

97년 10월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전화로 누나를 불러낸 뒤 동거녀 全모 (27.구속) 씨와 함께 만나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申의 누나도 18일 "당시 동생은 '재소자들이 죽어나가는 지옥같은 청송교도소로 나를 다시 보내려고 했다. 그래서 탈옥했다' 고 말했다" 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 하순에는 무기 탈취를 위해 전북 익산경찰서 왕궁파출소에 두차례나 들러 경비상황 등을 둘러봤다는 것이다.

申은 검찰에서 "미미한 절도사건으로 나를 소년원에 보낸 왕궁파출소에 보복하기 위해 찾았으나 당시 직원들이 전원 교체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고 진술했다.

◇ 은폐 의혹 = 경찰특별조사팀은 지난 7월 23일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申이 도주 중에 벌인 절도 등 범죄행각을 낱낱이 공개했다.

그러나 申이 아버지와 누나를 만났다는 사실은 발표하지 않았다.

경찰특별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18일 "가족상봉 당시 가족들에 대한 경찰의 밀착 감시는 없었고 부산교도소 교도관들이 추적 등 수사를 벌이고 있어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탈옥한 무기수를 추적하던 경찰이 가족에 대한 동향파악을 하면서 사후에라도 이를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왕궁파출소 무기고 탈취기도 사건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이달초 검찰이 전북경찰청에 이 사실을 알리자 익산경찰서 직원들이 지난 9일과 10일 왕궁파출소를 방문해 申의 진술을 확인했을 정도다.

검찰은 申이 도주 중 벌인 각종 범죄행각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지은 뒤 이달말 기소할 예정이다.

부산 = 정용백 기자, 김제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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