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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에너지교육 전시관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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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자원 빈국이다. 우리 민족이나 붉은 악마의 저력을 믿고는 있지만 현실적 삶을 영위하게 하는 에너지 자원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에 근접하는 경제규모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땀흘려 일한 결과의 상당 부분을 팔아서 에너지를 사와 가능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383억달러어치의 에너지를 수입해 왔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의 21%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어렵게 사오는 에너지마저 알뜰히 쓰지 못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것은 에너지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때 바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개인 차원에서도 많은 에너지 낭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냉장고를 제외하면 하루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가전제품은 많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플러그를 뽑아두는 습관을 잊고 있다. TV만 해도 하루 종일 전원이 연결돼 있음으로써 대기 상태에서 낭비되는 전력이 적지 않다고 한다.

사회적 가치는 어딘가에서 그냥 주어진다기보다 문화적 산물에 가깝다. 다음 세대가 어떤 생활방식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현 세대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린 문제다. 생활의 원동력이면서 국가안보와 사회의 유지, 그리고 국민의 생활편익을 지탱해 주는 근간으로서의 에너지를 다루는 자세도 현재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습관과 가치관 형성 단계에 있는 청소년에게 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국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일환으로 우리 미래를 이끌고 나갈 차세대 학생들에게 에너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현장학습 시설을 마련하는 일은 국가 장래를 위해 매우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와 에너지 사정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의 경우 전국 주요 도시는 물론 도쿄 시내에만 세 곳의 에너지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전시관은 어린 학생뿐 아니라 아이 손을 잡고 방문한 일반 시민이 에너지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생활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장학습 시설로 에너지 전반에 대해 체계적이며 실제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울은 물론 에너지 전반에 관해 보고 느낄 수 있는 종합전시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날 현재 겪을 어려움에 대해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면,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필요할 때만 부르짖는 에너지 절약운동도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유가 상승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근본적이고 종합적 대책을 추진해야 하는 우리에게 차세대를 위한 에너지 전시관 유치는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될 일이다.

박금옥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