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설비투자지수는 94.5로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16.6% 감소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세제혜택으로 반짝 상승했던 국내기계수주액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8% 줄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국내기계수주액은 전달에 비해 39.2%나 줄어 2002년 4월(-44.1%)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공공부문으로부터 수주한 규모가 7월보다 93.3%나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건설관련 지표도 많이 쪼그라들었다. 8월 건설 기성액은 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8% 줄었다.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정부 발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목공사가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탓이다.
건설 수주액도 4조4000억원으로 2005년 2월 이후 가장 적었다. 민간부문의 발주액은 별 변동이 없었지만 공공부분 발주가 1조7000억원으로 6월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정부 부문의 투자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을 상반기에 서둘러 쓰도록 독려해왔기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쓸 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건비처럼 매달 일정하게 지출되는 돈을 제외한 관리대상 예산 257조7000억원 가운데 64.8%가 상반기에 집행됐다. 특히 사회기반시설 사업의 경우 연간 예산인 42조9000억원 가운데 72.5%(26조5000억원)를 상반기에 썼다. 덕분에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2.6%에 달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앞으로가 문제다.
당초 정부는 상반기에 공공부문이 경기 급락을 방어하며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민간이 체력을 회복해 하반기부터는 투자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업 투자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정부는 쓸 돈이 줄어들면서 일종의 진공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수석연구위원은 “투자가 회복되지 않으면 당장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깎아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4분기에 풀 예산 가운데 10조~12조원을 3분기에 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또 공기업이 내년에 투자할 돈을 올해 말까지 미리 집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건설 경기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민간기업의 투자가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기업 재고율이 낮아지는 등 여건은 좋아졌지만 기업들이 아직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