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처리 시장신뢰가 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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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우그룹의 구조개혁이 계열사 처리방안 확정 발표시한인 11일을 앞두고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놓고 채권단과 대우그룹이 엎치락뒤치락했지만 대우그룹이 주도권을 갖고 채권단과 정부는 감독을 맡는 선에서 일단 양해가 이뤄졌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대우증권의 매각 여부를 놓고 정부와 대우그룹간에 팽팽한 긴장이 일고, 대우의 해외 채권단들도 추가담보가 없으면 만기연장은 고사하고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해외부채 처리 역시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대우처리는 대우그룹의 문제를 넘어 한국경제의 대외신뢰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지적해왔다.

따라서 당사자인 대우그룹은 물론이고 채권단과 정부 또한 대승적 차원에서 대내외 시장의 신뢰를 얻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대우와 채권단 및 정부가 그동안 보여온 자세는 국내외로부터 신뢰는커녕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증폭시켜온 측면이 적지 않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채권단간에 손발이 맞지 않고, 정부의 조기매각 요구에도 대우측이 도리어 주식을 사모으며 '버티기' 로 나오는 등 혼조양상마저 드러내고 있다.

그렇잖아도 사전협의에서 소외돼 불만인 해외 채권단들이 투명성과 차별화시정을 요구하며 '몽니' 를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이 강봉균 (康奉均)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금융기관을 차별대우하지 말라고 요청해온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70여 해외 채권단과 우리측간에 공식협의채널이 없고 금감위가 불쑥불쑥 내뱉는 한마디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회복에 과감하고 일관성있고, 신속.투명한 구조개혁 외에 달리 방법은 없다.

그런 점에서 11일 발표될 계열사 처리 최종안은 구조개혁에 새로운 전기 (轉機) 를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그룹의 자금줄인 대우증권을 매각대상에서 애써 제외하려는 대우측의 고충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는 '모든 것을 던지고 백의종군' 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구조조정을 '김우중 (金宇中) 회장에게 맡기지 말고 새 경영진을 구성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는 해외 반응을 직시해야 한다.

18일로 예정된 해외 채권단과의 협의를 계기로 정부와 채권단은 차별시비와 갈등해소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담보를 배분해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부실여신에 대한 일부 탕감 등으로 구조조정에 해외 채권단의 동참도 유도해야 한다.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도 없다.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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