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필리핀 유학

중앙일보

입력


“택시를 타거나 여기저기 구경 다닐 때 현지인과 술술 대화를 나누는 아들이 대견스러웠어요. 괜히 우리 부부까지 어깨가 으쓱해지데요..” 지난 5월, 가족끼리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유리(36·경남 김해)씨가 밝힌 여행소감이다. ‘대견스런’ 아들 재원이는 얼마 전 11개월간 필리핀 조기유학을 다녀왔다. 동남아 지역이 조기유학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북미·유럽에 비해 비용이 훨씬 덜드는 데다 강사 수준이나 수업내용은 알차다는 입소문을 타고 점차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씨로부터 필리핀 유학을 결정하게 된 이유와 경험을 상세히 들어봤다.

부모의 정보력이 곧 경쟁력
“특목고에 보내고 싶은 제 마음과 달리 재원(12)이는 영어를 두려워했어요. ‘영어공부하자’면 도 망다니기 일쑤고 영어책은 아예 질색이었어요.”이런 까닭에 유씨의 마음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두살 위인 사촌누나는 동네에서 영어 잘 하기로 손꼽히고 사촌동생도 일찌감치 미국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아들이 혹시 사촌들에게 주눅들어 지레 영어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안타까웠다.

“우연히 신문에서 페르마 필리핀 유학 광고를 봤어요. 그런 프로그램이라면 재원이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녀는 인터넷과 신문을 통해 필리핀 유학 기사와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설명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상담하고 주위 유학생 학부모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성공한 학생보다 실패한 학생의 사례를 귀담아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실패의 경험은 자칫 상처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조심스레 아들에게 유학을 권유했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다른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아이에겐 무엇보다 자연스런 동기부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복귀 위해선 필리핀이 최선
유씨가 필리핀을 선택한 건 저렴한 비용 때문 만은 아니다. 귀국 후 국내 교육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했다. “미국이나 유럽은 우리와 환경이 달라 아이들이 한번 나가면 돌아오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직 품안의 교육이 필요한 시기인데 일년 이상 부모와 떨어져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또 다른 이유는 학원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수학을 가르치는 등 프로그램이 국내 입시 실정에 맞게 짜여 있어서다. 또 필리핀 유학은 안전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가 족 은 재원이와 함께 필리핀에 동행 했다. “학원도 둘러볼겸 선생님들도 만나뵈러 한번 가 보고 싶었어요. 부모 마음이다 그렇듯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불안하잖아요.”

그녀는 알라방 지역의 보안시스템과 잠 잘 때도 교사와 함께 하는 24시간 관리 프로그램 등이 설명회에서 약속한 대로 운영되고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식사는 집보다더 잘 나오더군요. 깨끗한 건 기본이고 식사 때마다 다른 메뉴의 한국식 뷔페가 차려져 있어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죠. 아이가 밥을 못먹어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하는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어요.”

11개월 유학, Slep 24점에서 60점으로
“보낼 때는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자신감만 심어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성적이 쑥 오르리라곤 기대하지 않았죠.” 유씨는 단어도 제대로 외워본 적 없는 아들이 첫번째 시험에서 꼴찌만하지 않기를 바랐다. 재원이는 영문법의 기초부터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달에 한번 Slep시험을 치르는데, 첫 시험에서 67점 만점에 24점을 받았다. 유씨의 메일에는 날마다 재원이의 단어시험 점수, 읽기·말하기 점수, 생활태도 등 성적표가 들어왔다.

“메일을 열 때마다 하루하루 발전하는게 보였어요. 어느날 남편이 전화통화하면서 영어로 물어보면 답할 수 있냐고 묻자 ‘여기선 다 그렇게 한다’고 대답하더라고요. 영어를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었죠.” 11개월이 지날 무렵,재원이의 Slep 성적은 60점으로 껑충 뛰어 주위를 또한번 놀라게 했다. 보통 63점이면 국내 유명 영어학원의 3%이내 성적. 재원이는 귀국 후 학원에서 치른 고2 수능 모의고사 테스트에서도 거의 만점을 받는 등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남편 사무실의 책상 유리 밑에는 재원이의 에세이가 쫙 깔려있어요. 필리핀 홈페이지에 매주 우수한 에세이를 뽑아 올려놓았는 데 재원이 것은 스캔 받아 놓았거든요. 볼 때마다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사진설명]첫째 아들에 이어 올해 초 둘째 아들도 필리핀으로 유학 보낸 유리씨는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몇 달이라도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활짝 웃었다.

[사진제공=클래스온 유학사업본부]

<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