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골키퍼 조준호, 승부차기 '신의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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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꿈은 현실과 반대였다.

6일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아디다스컵 8강전 울산과의 경기에 스타팅 멤버로 기용된 포항 골키퍼 조준호 (26) 는 전날 실수를 거듭하는 악몽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이날 경기는 조를 위한 무대였다.

두팀은 무더위 속에 끈질긴 혈투를 벌였으나 1 - 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긴장감이 감도는 그라운드에는 90분 동안 22명의 전사를 괴롭혔던 뜨꺼운 태양이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포항의 첫번째 키커 이동국이 골을 성공시켜 1 - 0으로 앞선 상황에서 조준호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골문에 들어섰다.

조는 "골키퍼에게 승부차기는 밑져야 본전" 이라며 마음속으로 수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울산의 첫번째 키커 정정수의 슛을 멋지게 몸을 날려 막아냈다.

기세가 오른 조는 울산의 두번째 키커 김기남의 오른쪽 슛도 그림같은 다이빙으로 선방, 울산 선수들의 기를 꺾었다.

포항은 조의 선방으로 승부차기 끝에 4 - 1로 승리해 8일 오후 7시 수원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초반 기세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 포항이 잡았다.

포항은 전반 45분 지난 4일 부산 대우와의 경기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성공시킨 박태하가 또다시 35m짜리 시원한 중거리포를 터뜨려 1 - 0으로 앞섰다.

반격에 나선 울산은 후반 정정수를 투입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후반 20분 안홍민의 어시스트를 받은 손정탁이 동점골을 성공시켰지만 결국 승부차기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어 벌어진 안양 - 천안 경기에서는 안양이 천안을 1 - 0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안양은 최용수가 전반33분 천안 신태용의 핸들링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지난 4일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었던 최용수는 2게임 연속 골로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천안은 후반 41분쯤 페널티 지역 왼쪽 모서리 앞에서 신태용이 찬 직접 프리킥이 포스트를 맞고 퉁기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아 아쉽게 패했다.

안양은 8일 오후5시 전남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이순남.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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