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YS에 방울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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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재기) 전망이 밝지 않아…그런데 대통령으로 모셨던 분한테 그런 아픈 얘기를 할 수 없고. " 한나라당의 민주계 (YS계) 중진은 익명을 부탁하며 6일 이렇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YS의 정치재개가 노욕 (老慾) 으로 비춰지는 실상을 누구도 상도동에 전하지 못하고 있다" 고 자괴섞인 심정을 덧붙였다.

YS계의 원로인 한나라당 김명윤 (金命潤.75) 고문은 5일 이회창 (李會昌) 총재를 비판하는 민주계 모임을 가진 뒤 비슷한 심정을 비췄다.

기자들이 "YS한테 자제해달라고 건의할 수 없느냐" 고 묻자, "그 양반이 남의 얘기를 들을 사람이냐" 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金고문은 " (金전대통령은) 평생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살아온 사람 아니냐" 고 반문했다.

YS가 정치쪽으로 작심하고 뛰어가면서 민주계, 특히 중진.원로들의 마음은 어지럽다.

사석에서는 대부분이 "YS의 정치재개는 바람직하지 않다" (鄭在文의원.4선) 고 인정한다.

그러나 스스로 말하는 'YS목에 방울달기' 에는 손을 내젓는다.

공개석상에선 부산출신 의원 거의가 "민주산악회 재건을 YS 정치재개로 볼 수 없다" 며 딴청이다.

기자 질문에도 "난처한 입장을 알지 않느냐" (金正秀의원.5선) 고 피한다.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朴鍾雄) 의원은 상도동 안방정치의 표정을 이렇게 전했다.

"야당이 분열돼선 안 된다는 건의를 조심스럽게 하는 사람은 있어도 YS 정치행보 자체에 제동을 거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 金전대통령이 "나 보고 가만히 있으라는 여론이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라가 잘못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라고 격한 말을 내뱉으면, 민주계 모두 "그렇습니다" 라며 '예스 맨' 이 돼 버린다고 한다.

"직언 (直言) 없는 YS의 청와대 시절 그대로" 라고 한 중진은 실토했다.

이달 초 YS를 11년간 보좌했던 한 비서관 (表良浩) 이 YS에게 '정치행보 자제' 를 건의했다가 혼쭐이 난 뒤 비서직을 던졌다.

민주계는 영원히 YS 그늘에서 왜소한 정치만 할 것인가.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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