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미술대전'을 보고] 최상급 유물…진품에 매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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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간다라 미술이 우리 곁에 와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하나의 충격이다. 8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02 - 580 - 1332)에서 열리고 있는 '간다라 미술대전' .

인도에서 한국까지 동양을 하나의 정신적 이상 아래 통일했던 불교와, 서양 문명의 근간을 이뤘던 헬레니즘의 예술 전통, 이 두 위대한 전통의 역사적 만남 속에서 탄생한 간다라 미술은 지금도 동시대 미술애호가들과 종교인들을 끊임없이 매료시키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온 간다라 미술품 1백21점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파키스탄의 박물관 소장품 중에서 엄선한 명품들이다.

이들은 파키스탄 밖에서 볼 수 있는 유물들 가운데에는 최상급의 수준일 뿐 아니라, 파키스탄 안에서도 이와 같은 훌륭한 유물들을 한 자리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기회는 한 두 개의 박물관에서를 제외하면 불가능하다.

심지어 카라치의 파키스탄 국립박물관은 간다라 전시실의 주요 전시품을 그대로 이번 전시에 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더욱이 이번 전시는 불가피했던 1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품으로 구성돼있다는 점에서도 홍보만 요란했던 몇몇 다른 문명전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불교미술 탄생 전야' , '불탑과 불상' , '부처님의 생애'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있다.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을 통해 간다라에 헬레니즘 문화가 전래되고 또 인도의 아쇼카왕에 의해 불교가 전해지면서,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하나가 돼가는 과정을 다양한 미술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또한 후대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불교문화권에서 발달했던 다양한 양상의 불교 미술의 원류를 이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이번 '간다라 미술대전' 은 불교미술이나 중앙아시아 연구와 관련해 학술적으로도 의미있는 행사가 돼도록 준비돼있어 눈길을 끈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전시회가 84년 처음 열렸고, 지금은 이와 유사한 전시회가 한 해에도 몇 차례씩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은 여건상 미흡한 점이 많지만, 이번 전시회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앞으로 이같은 전시를 우리 주변에서 늘 손쉽게 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주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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