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음악성이 우선' 女듀오 '타샤니' 신선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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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요즘 가요계는 'S.E.S' '핑클' '베이비 복스' 처럼 10대 소녀그룹 전성시대다. 대개 앙징맞고 가녀린 노래에 어여쁜 외모, 귀여운 춤으로 승부한다. 보고 즐기기엔 아름답지만 음악성은 그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0대의 '타샤' (18.보컬) 와 '애니' (19.래퍼 겸 댄서)가 뭉쳐 데뷔음반을 낸 듀오 '타샤니' 는 음악성을 강하게 앞세운 점에서 다른 소녀그룹들과 구별된다.

특히 그룹의 얼굴인 타샤는 정통힙합을 구사하는 실력파그룹 '업타운' 의 보컬리스트 윤미래, 바로 그녀다 (윤미래는 그녀의 예명이며 '타샤 윤' 이 본명임) .

아버지가 한국계 미국인인 타샤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닮은 이국적인 음색과 높은 음역, 그리고 남성적 힘이 느껴지는 창법으로 97년 데뷔할 때부터 '물건' 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녀를 앞세운 업타운의 흥행 성적은 그리 신통치 못했다.미국 냄새가 짙은 '정통' 스타일 음악이 오히려 한국 10대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타샤는 지난 1월 업타운을 나와 반년간 준비끝에 '타샤니' 로 새출발하며 힙합 대신 R&B (리듬 앤드 블루스)가수로 변신했다.

타이틀곡 '참을 수 없어' 를 비롯해 음반에 실린 12곡 대부분이 업타운 시절보다 말랑말랑해진 R&B 발라드다. 하지만 노래마다 재미교포출신 멤버 애니의 랩이 들어가고, 타샤의 강렬한 소울 (가슴을 터뜨리듯 소리를 내지르는 창법의 흑인음악) 이 첨가돼 기존 R&B와는 맛이 꽤 다르다.

R&B에 바탕을 두면서도 소울.힙합.재즈 등이 섞인 자넷 잭슨의 음악과 비슷한 느낌이다.

음반 전체적으로는 외국 팝 음반처럼 고급스런 편곡이 돋보인다. 트랙마다 여러겹 깊숙이 악기소리를 깔아 입체감을 살렸다. 팝가수 리오 세이어의 81년 빅히트곡 '모어 댄 아이 캔 세이' , 밀고 당기는 리듬이 짜릿한 '짝사랑' , 진하고 끈적한 느낌의 '이 밤이 지나면' 등이 이어지고 있어 음반 구성의 리듬을 살리고 있다.

타샤니는 음악을 우선하되 춤에도 비중을 실어 '보는 재미' 도 안겨 준다.

특히 미국에서 10년 넘게 댄스 수업을 받은 애니의 화려한 춤사위는 팬들의 눈길을 붙잡는 데 손색이 없다.

이들은 "가벼운 댄스팝만 강요당하는 10대들에게 세련된 R&B로 듣는 즐거움을, 힘찬 춤으로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주겠다" 고 의욕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업타운 시절의 정통 힙합을 버리고 상업성 강한 팝발라드로 돌아섰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타샤니측도 자신들의 데뷔에 '변절' 의 성격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가사 표현이나 복장이 조금만 자극적이어도 방송심의에 걸리는 국내 현실 때문에 자유로움이 생명인 힙합을 고수하기 힘들었다" 는 그들의 해명을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타샤니의 기획사는 최근 일본에서 데뷔음반을 5백만장이나 판 신성 (新星)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도 R&B 장르라며 은근히 타샤니를 그와 대비시키고 있다.

그러나 타샤니의 음악은 기획사의 흥행전략이 많이 배여있는 점에서,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우타다의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한 가요 관계자는 "타샤니의 과제는 가수 본인들의 생각과 의도가 더욱 자연스레 표현되는 음반을 내는 것" 이라고 말한다.

대중성 : ★★★★ 음악성 : ★★★☆

(★ 5개 만점. 평가 : 중앙일보 가요팀)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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