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日이마무라감독 칸대상작 '나라야마 부시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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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하나비' '카게무샤' '우나기' 에 이어 네번째로 일본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楢山節考)가 28일 개봉된다.

이 영화는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에게 첫번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82년) 을 안겨준 작품. 이마무라 감독의 또 다른 칸영화제 수상작 (97년) 인 '우나기' 는 이미 지난 5월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나라야마 부시코' 는 일본판 고려장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이를 노인을 버리는 '기로 (耆老) 풍습' 으로 표현하는 데 실제로 중세 일본에서는 그런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영화 속 고립무원의 일본 어느 마을을 지배하는 원리는 '생존' 이다. 원시적 인간본능과 외설은 얼마든지 허락되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금기로 통한다.

살기 위해 사람들은 여자아이를 소금 한 줌에 팔아버리며, 남의 물건을 훔친 일가족을 생매장한다.

70세를 앞둔 노인을 '나라야마' 라는 산에 버려야하는 것도 남은 자들의 생존을 위해서다. 영화는 그런 죽음을 기다리는 오린 (사카모토 스미코) 이란 노파와 아들 다츠헤이 (오가타 켄) 를 그린다.

아들은 마을의 생존법칙과 도덕률을 따라야 하는 것에 괴로워하며 어머니는 평상심으로 죽음을 향해 간다.

그런 내면을 영화는 유한한 인간의 생멸 (生滅) 도 단지 자연의 한 법칙임을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광 속에 아로새긴다.

그 자연의 원시성과 공존하는 또 하나의 생존법칙은 섹스다. 이를 이마무라 감독은 "살기 위한 섹스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섹스" 라고 말한다.

다츠헤이는 새 아내 타미얀과의 야수적인 정사를 벌이고 평생 여자를 경험하지 못한 한 늙은이는 옷 벗은 여자의 다리 사이에서 '관세음보살' 을 연발하며 감격한다.

이마무라 감독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 이번 영화 역시도 그 특유의 인류학적 상상력으로 인간의 원시적 본능을 간파해내는 힘이 강하게 엿보인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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