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시민단체가 과거사 주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열린우리당이 향후 과거사 정국을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토록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과거사 조사기구를 국회 밖 독립기구로 하자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도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임이 열린우리당의 내부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이는 과거사 정국이 여야 정쟁의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고 한나라당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정국에서 민노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간 현안 및 대응'이란 제목의 열린우리당 내부 문건 두 건을 입수했다. 당 전략기획 담당부서에서 작성된 이 문건은 당 지도부.중진을 비롯한 핵심 인사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배포됐다.

문건은 "과거사 규명 정국이 정치권의 정쟁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민단체 활동이 여론을 주도할 것"이라며 과거사 규명 기구의 독립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건은 "이 경우 친북 용공을 과거사 규명에 포함하려는 한나라당은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열린우리당은 문건에서 과거사 청산을 정치 개혁, 민생경제 살리기와 함께 이부영 의장 체제의 3대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으로 설정했다.

열린우리당이 과거사 청산에 주력하려는 배경에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29% 안팎의 당 지지도가 과거사 정국을 거치며 33%로 상승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그러나 20, 30대의 국정 지지도가 상승한 반면 40대의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은 특히 "과거사 중심의 정국 운영에 대한 40대 이상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현 시기에 경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문건은 "실물경제 살리기에 대한 '워딩(표현)'을 강화하고 중소기업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건은 이를 위해 단계적 어음제도 폐지를 비롯, 당 지도부의 개성공단 방문 및 관련 토론회 개최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정치개혁 분야에 대해서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중.대선거구의 도입이 핵심"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당내 태스크포스(TF) 구성 의지를 밝혔다. 문건은 이 밖에 "신행정수도 문제가 주요 이슈에서 밀려 있지만 언제든지 수면 위로 떠오를 사안"이라며 "승부처는 수도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문건은 "한나라당 내 신행정수도 찬성론자들의 입지를 최대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