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새마을 지도자가 39명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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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옥상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마을 어르신네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 30대 젊은 농촌 지도자가 목숨을 건 구조작업 끝에 물에 갇혀 고립돼 있던 노인과 마을 주민 39명의 목숨을 구했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두일2리의 새마을지도자 金상현 (35) 씨는 1일 새벽 꼬박 밤을 새우다 오전 8시20분쯤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마을이 갑자기 물에 잠기자 가족과 함께 두일1리 면사무소로 대피했다.

면사무소에서 구멍 뚫린 하늘을 원망하던 金씨의 눈에 면사무소에서 2백여m 떨어진 노인회관 등 건물 옥상에서 고립된 주민들이 옷가지를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보였다.

金씨 등은 거센 흙탕물과 싸우며 보트를 젓기 20여분. 노인회관에서 잠자다 고립돼 공포에 떨고 있던 노인 7명을 안전한 면사무소로 무사히 대피시켰다.

金씨 등은 이어 보트를 저어 마을 곳곳 지붕에서 고립된 채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을 구출했다.

마땅한 구명조끼 하나 없이 무동력 고무보트를 타고 이들은 4시간여 동안 모두 39명의 이웃들을 구해 면사무소와 마을회관 등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탈진한 주민들을 업다시피 대피시킨 金씨는 구조의 고마움을 표시하는 주민들에게 멋쩍은 웃음만 던질 뿐이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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