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범람 피해 왜 컸나] 방심한 수방에 또 덮친 수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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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세기를 코앞에 둔 최첨단 시대에 하늘만 쳐다보는 치수 (治水)' . 경기도의 수해대책 현주소다.

집중호우만 내렸다 하면 하천은 범람한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해마다 피해를 겪고 있다.

이같은 악순환은 허술한 수방대책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연천군 차탄천이나 동두천의 신천 같은 하천은 군소하천이라는 이유로 당국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역류나 상류의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마땅한 배수갑문 하나 설치하지 않아 매년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임진강 등의 제방관리도 부실해 제방 유실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임진강은 하천이 완만하고 접적지역이라는 이유로 홍수조절장치는 물론 변변한 수위측정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많은 경기도내 하천들이 투자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도내 하천은 지방하천 4곳.준용하천 5백7곳.직할하천 14곳 등 모두 5백25곳이다.

이 하천 전체의 개.보수 및 시설관리비로 책정된 예산은 지난해 4백40억원이고 올해는 7백57억원. 지난해 수해 이후 예산이 증액됐지만 이 정도의 돈으로는 30㎞의 하천 제방 축조도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다가 체계적 대안도 못세워 땜질보수에 그치고 있다.

동두천시의 경우 올해 책정된 하천 개.보수 예산은 55억원. 지난해 무너진 제방도 올 여름이 오기전 고치지 못해 공정 40%선에서 또 수해를 만났다.

4.8㎞에 이르는 새 제방쌓기도 공정이 2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동두천 수해주민들은 "제방보수도 제대로 안하는 당국의 늑장공사 때문에 또 피해를 봤다" 며 당국을 비판했다.

실제로 동두천 저지대 주민들이 신천에 배수펌프장을 만들 것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다가 이번 비로 하천이 배수기능을 상실하는 바람에 또 범람했다.

이에 대해 동두천시 관계자는 "예산도 문제고 배수펌프장을 건설하려면 저지대 주민들이 이전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건설을 미루고 있다" 고 해명했다.

또 상류지역의 빗물 유입량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용량이 터무니 없이 모자라는 배수펌프장을 건설해 무용지물로 만들기도 했다.

파주시의 경우 96년 대홍수 이후 도심지역에 펌프장을 증설했지만 지난해 수해 때 전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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