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칠.이은경 양궁 '만년2위' 설움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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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들에게는 '만년 2위' 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국내 대회에서는 펄펄 날았으나 국제무대에만 서면 기가 죽어 '국내용' 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다.

홍성칠 (19.상무) 과 이은경 (27.한국토지공사) 이 제40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남녀 개인전에서 동반 우승, 흔들리던 양궁 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둘 다 고교생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중도에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은 후 나란히 세계정상에 올라 감격은 더 컸다.

홍은 29일 새벽 (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에서 벌어진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핀란드의 야리 리포넨을 1백15 - 1백13의 2점차로 꺾고 우승, 자신의 국제대회 개인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천고 2년 때인 97년 태극마크를 단 홍은 기량은 출중하나 근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1년만에 대표팀에서 '퇴출' 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홍은 지난해 12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상무에 입대하면서 몰라보게 변신했다.

상무에서 혹독한 체력훈련과 정신훈련으로 근성을 키운 홍은 마침내 올해초 다시 대표팀에 합류하는데 성공했다.

홍은 우승후 "결승전인데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며 은근히 강한 정신력을 뽐냈다.

여자부 결승에서 영국의 앨리슨 윌리엄스를 1백15 - 1백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이은경이야말로 10년간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다니던 2인자의 꼬리를 잘라냈다.

여주종고 2년때인 90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은경은 91.93년 세계선수권,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단체전 우승만 차지했을 뿐 개인전에서는 91년 세계선수권 2위를 제외하곤 모두 결승진출에 실패,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97년 대표팀에서 탈락하기도 했던 이는 이듬해 활을 바꾸고 자세를 교정한 뒤 1년만에 대표팀에 복귀, 말년에 세계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남자단체전 준결승에서 한국은 미국을 2백44 - 2백37로 제압,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편 한국은 네덜란드를 2백41 - 2백38로 누른 이탈리아와 우승을 다툰다. 한국은 첫 엔드에서 미국에 81 - 82로 1점 뒤졌으나 2엔드에서 1백60 - 1백57로 뒤집고 마지막 엔드에서 점수를 7점차로 벌렸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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