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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알면 더 재밌다] 37. 수중 발레는 원래 남성 스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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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어들의 경연인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중발레)은 원래 남성 스포츠였다.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남자들의 수중 매스게임으로 시작됐고, 1891년 베를린에서 남자 수중 매스게임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1907년 호주의 아네트 캘러맨이라는 여성 수영선수가 미국 뉴욕에서 수중발레 형태로 시연하면서 관중에게 인기를 끌었다. 음악 반주가 곁들여졌고, 2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 국제대회가 열렸다.

▶ 1960년대 수중발레 연기 모습.

34년 체조선수였던 캐서린 커티스는 60명의 수영선수를 훈련시켜 미국 시카고 세계박람회에서 '현대의 인어들'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했다. 공연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수중발레가 국제적으로 일반인에게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올림픽에는 84년 LA 대회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듀엣(2명)과 단체(8명) 두 종목에 금메달 2개가 걸려 있다. 리듬체조.소프트볼과 더불어 올림픽에서 여성만 참가하는 종목이다. 올림픽 종목 중 선수가 화장에 가장 신경쓰는 종목이다. 인상적인 표정 연기가 기량만큼이나 점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수중발레 화장은 물에 지워지지 않아야 한다. 방수용 화장품을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일반 화장품을 두껍게 바른다. 20~30분 정도 공을 들이면 5분 정도 물속에서 연기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무대 화장처럼 얼굴 윤곽을 뚜렷하게 하는 게 포인트다.

쪽진 듯 깔끔한 머리도 30분간 공들인 '작품'이다. 물에 흐트러지지 않도록 머리를 땋아 틀어올린 뒤 끝부분에 망을 씌운다. 실핀도 30개쯤 꽂는다.

그리고 젤라틴 가루를 뜨거운 물에 풀어 머리에 바른다. 몇분 지나면 풀을 먹인 듯 굳는다. 연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굳은 머리카락을 녹이느라 샴푸로 대여섯번씩 머리를 감는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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