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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심히 때묻은 태극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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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버스로 출근하던 길에 범어동 건설공제조합 대구지부 앞을 지나다가 국기 게양대의 태극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심하게 때가 묻어 바탕의 흰색이 쥐색으로 변해 있는 게 아닌가. 그간 비나 먼지로 오염된 태극기를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까지 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관계자들이 조치하겠지 싶어 며칠을 지켜봤지만 계속 그런 상태로 걸려 있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전화해 태극기를 교체하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도록 그대로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요즘 이웃 나라가 우리나라의 과거사에 대해 엉뚱한 소리를 해 국민의 심기가 편치 않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지키려면 먼저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국기는 한 나라의 가장 큰 상징물이다. 요즘 이곳 말고도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태극기가 곳곳에 걸려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깨끗이 세탁하고 손질해 다시 걸든지, 정 형편이 안 된다면 차라리 내리는 것이 국기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미경.대구시 수성구 범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