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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에 상처 준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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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드라마 '왕꽃선녀님'을 보다가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드라마에선 한 중년부인이 며느리가 될 사람이 입양인이라는 것을 알고 노발대발 따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 부인은 입양인인 며느릿감에게 '근본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내 아들과 결혼하는 것이 허황된 꿈'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하는 등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입양인과 그 부모를 죄인 취급하는 말들이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입양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상처받을 입양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물론 현실을 반영하고, 그것을 극적으로 꾸미는 것이 드라마의 속성이라지만 지켜야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드라마라도 특정 인종.직업.종교 등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 입양 가족이 아직 소수이고 또 대부분 비밀로 하기 때문에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서 이런 막말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은연중에 입양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심어주지 않도록 제작팀은 자성하길 촉구한다.

이성희.동방사회복지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