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희망 바이러스 퍼뜨리는 ‘희망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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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얼마 전 서울시가 ‘서울, 희망드림(Dream)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희망플러스 통장’과 ‘꿈나래 통장’ 사업의 참여자 1만 명을 추가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근로 능력과 자립 의지가 있는 서울시 거주 저소득 가구가 매달 5만~20만원씩 저축하면 서울시와 민간이 협력해 같은 금액을 적립해 주는 사업으로,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국내 최초로 시행하는 저소득층 자산 형성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비록 저축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저소득층이 새로운 희망을 일구면서 미래를 기획할 수 있도록 하는 차별화된 자립복지 정책의 하나로 간주할 수 있기에 정책 실행자들의 관심뿐 아니라 자립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실행해 온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 급여지급 방식(income based welfare policy)의 복지지원 정책도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지만 자립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자립 가능성이 있는 대상에게는 지출 일변도 성향의 복지정책보다는 저축 등을 촉진시키며 긍정적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이끄는 복지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미국과 대만 등의 해외 사례에서 입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예부터 소비보다는 저축을 미덕으로 여겨왔고 자립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가치관을 확산시키면서 정책적 파급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사업에 참여한 대상자들의 행동을 보면 이 프로젝트의 전망이 긍정적이다. 현재 통장사업에 참가한 2200여 가구는 중도 탈락률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금융 교육, 자조 모임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서로 독려하고 있다.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는 지원책 역시 참가자들의 의지를 더욱 북돋우고 있다. 월 20만원씩 저축하면 3년 만기 시 원금 기준으로 1440만원을 손에 쥐게 되고,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 등의 협조로 추가 신용대출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원책은 자립 의지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자립을 넘어 그 파장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삶의 희망을 갖기 어려웠던 이들이 통장사업 참여를 통해 3년 후의 창업을 다각적으로 기획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또 자녀 교육에 투자를 집중하는 등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면서 능동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파급 효과에 영향을 받아 경기도 남양주·평택시, 경남 창원시, 대구시 달서구 등 일부 지자체들이 서울시 통장사업을 벤치마킹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10월부터 경기도, 인천, 부산, 전북 등 4개 지자체에서 2000가구를 선발해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희망플러스 통장에서 비롯된 이른바 ‘희망 바이러스’가 전국에 걸쳐 퍼지길 기대한다.

강철희 연세대 교수·사회복지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