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여관·사무실 원룸으로 재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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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낡은 여관이나 사무실 등을 원룸으로 개.보수해 임대를 놓는 사업이 새로운 부동산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들어 대학가와 오피스가를 중심으로 원룸 수요가 많이 늘어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는데다 관리도 쉽기 때문이다. 특히 개.보수에 드는 비용을 임대를 통해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원룸 인기 = 서울 신림.봉천.신촌.안암동 일대 대학가에 있는 원룸주택들은 빈 방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대앞 신림동의 경우 고시원 외에도 근린생활시설이나 기존 낡은 주택을 개.보수한 원룸주택들이 20여개 이상 밀집돼 있는 곳. 대부분 15~25개의 원룸을 갖고 있지만 대학생과 회사원들로 꽉차 있는 상태다.

신림동 수정부동산 이상호씨는 "지난해 경제난으로 부모 집으로 들어가거나 일반 주택 단칸방에 세들어 살던 대학생들이 올초부터 다시 원룸주택을 찾고 있어 빈 방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 이라며 "당분간 개.보수를 통한 원룸 임대사업은 수지가 괜찮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성공 사례 = 서울 약수동에서 30년 된 낡은 여관을 운영하던 윤명호 (48) 씨는 외환위기 이후 손님이 줄어 한 달에 1백만원씩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사무실을 겸한 미니원룸 임대사업에 눈을 돌리고 본격적인 리노베이션 작업에 들어갔다. 약수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등 도심 진입이 쉬운 입지여건 탓에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지 50평에 연면적 2백평짜리 4층 건물을 골조만 남기고 내부를 모두 헐어 1층은 비지니스 사무실로, 2~4층은 주방시설과 화장실을 갖춘 5~10평형의 원룸 21개로 개조했다. 공사에 4개월이 걸렸고 공사비는 1억5천만원이 들었다.

공사 완료후 한달만에 방 21개 모두 임대에 성공했고 보증금 1억원이 들어왔다. 매달 월세 1천2백만원의 고정적인 수입도 거두고 있다.

尹씨는 "월세만으로도 1년반 정도면 개.보수 비용이 빠지는 만큼 자금 부담도 크지 않은 사업" 이라고 말했다.

◇ 유의점 = 임대수요 여부를 잘 살펴본 후 사업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턱대고 원룸주택으로 개.보수를 했다가 방이 나가지 않을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을 직접 사들여 임대할 때는 위치가 좋은 건물을 택해야 투자성을 높일 수 있다. 2회 이상 유찰된 경매물건을 구입하는 것도 한 요령. 건물 자체를 빌려 임대사업을 벌일 경우 최소한 3년 이상 임차계약해야 시설비 회수에 어려움이 없다.

원룸 개.보수 컨설팅과 공사 대행을 해주고 있는 한국창업지원센터 고종옥 소장은 "앞으로 월세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어서 원룸 임대사업은 전망이 밝은 편" 이라며 "입지 여건만 괜찮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 시도해 볼 만하다" 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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