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땅굴 음파로 탐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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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북한의 핵실험과 땅굴파기를 소리로 탐지하는 방안이 연구된다. 한국자원연구소는 최근 미국 텍사스 남감리교대 (SMU) 와 함께 국내에 음파관측소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소리로 핵실험 등을 탐지하는 시도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 지금까지는 위성사진이나 첩보 혹은 지진파 관측에 의존해 왔다.

음파관측소 건설 적지로는 강원도 철원 지역의 평야지대가 유력하다. 사방 1㎞ 이상이 탁 트여있어 지형지물로 소리가 왜곡될 가능성이 작다.

탐지 대상은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없는 수십 헤르쯔 (㎐) 이하 주파대의 소리. 이런 저주파 대역의 소리는 핵실험이나 대규모 발파시 꼭 나온다.

자원연은 SMU로부터 대여받은 특수 소리탐지장비를 이달 안으로 설치할 계획. 장비의 핵심은 지진계와 특수 기압계로 기압계는 대규모 폭발 등으로 생기는 미세한 기압의 변화를 잡아낸다.

음파관측소 운영 초기 음파 데이타 분석은 SMU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SMU는 미국 국방부의 지원으로 이 분야에 가장 많은 경험을 쌓아온 기관. 자원연 전명순 박사는 "저주파 탐지는 당초 대기권 핵실험을 포착하기 위해 미국이 개발한 것" 이라며 "지진파와 함께 저주파를 관측하면 충격의 성격을 더 잘 규명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예컨대 지하 핵실험을 할 경우 지진파와 함께 보통 저주파가 뒤따라 잡힌다는 것. 단순 지진의 경우는 지진파만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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