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과 경찰, 로또 1등 당첨금 놓고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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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30대 남자의 로또복권 1등 당첨금 21억원을 놓고 경찰과 살인범간의 소유권 '쟁탈전'이 치열하다.

경찰은 용의자 박모(33)씨가 지난 8월 김모(51)씨의 로또복권을 훔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박씨는 자신이 직접 산 복권이라고 밝혀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1등 복권 당첨금 21억원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로또 복권 사업자인 국민은행에 따르면 복권 당첨금은 복권 소유자의 몫이다. 길에서 주운 복권이든 선물로 받은 복권이든 간에 돈은 당첨금 수령시 복권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훔친 복권의 경우 절도 사실이 드러나면 원소유주가 당첨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김씨가 복권 주인임이 밝혀지면 21억원은 김씨가 갖게된다. 그러나 경찰이 박씨의 절도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살인혐의가 확인되더라도 21억원은 박씨가 챙기게된다. 존속 살해의 최소형량이 징역 7년인 점을 감안하면 '갑부 장기수'가 탄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김한주 변호사는 "김씨가 복권을 도난당했다 해도 김씨측이 자신의 소유였음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당첨금은 박씨가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절도혐의를 입증하는 형사소송과 돈을 반환받는 민사소송 등 법적절차를 거치다 보면 김씨가 돈을 되찾는데 2 ̄3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박씨가 돈이 없다며 '배째라'식으로 나온다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복권을 산 곳은 1등에 당첨된 복권을 판매한 4곳의 판매소 가운데 하나이고, 그가 기억해낸 로또 복권의 숫자 가운데 3개가 당첨번호와 일치한 점으로 미뤄 복권은 김씨가 구입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씨는 "언제 어디서 복권을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복권은 내 돈으로 내가 산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절도는 물론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으며, 경찰의 추궁이 계속되자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문제의 로또 복권을 국민은행으로부터 확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지문 감식을 의뢰하는 등 김씨의 복권 구입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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