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도 출렁인다…미국.일본.중국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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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엔화가 연일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이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중국 위안 (元) 화의 평가절하 압력도 갈수록 높아지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엔화는 23일 한때 1백16엔대를 기록했으며, 그린스펀 FRB의장의 발언에 영향받아 22일 (현지시간) 미국의 주식과 채권.달러값이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현상이 나타났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23일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 미국 금리 또 오를까 = 지난 6월말 단기 정책금리의 소폭 인상 이후 잠잠하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22일 그린스펀 FRB 의장이 의회 경제청문회에서 강도높은 인플레 우려와 함께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 을 시사했기 때문. 이에 따라 시장의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는 8월 2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금리를 다시 한번 올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8월중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적어도 현재 '중립' 인 통화정책의 기조를 '긴축' 으로 돌린 후 연내에 한번 이상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지난 봄 한 차례 조정을 거친 뉴욕 주식시장이 다시 조정국면에 들어가고 채권 수익률도 오를 전망이다.

최근 세계금융시장의 동조화 (同調化) 현상을 감안할 때 미국의 금리인상은 유럽.아시아 등 다른 시장에도 뉴욕시장과 비슷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학계와 금융계 일각에선 현재 미국의 물가가 여전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FRB가 인플레에 대한 확실한 근거없이 금리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일본 엔강세 어디까지 = 지난주부터 시작된 엔고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을 단행하겠다고 엄포는 놓고 있으나 별로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도쿄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엔고가 이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경제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을 벗어나 일본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미 일본을 제외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6월 이후 뉴욕연방은행에 외환보유액으로 맡겨둔 미국 국채 잔고를 약 2백억달러 정도 줄였다.

달러화의 약세 및 엔화 강세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총합연구소의 하마 노리코 (浜矩子) 경제조사부장은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에서 빠져나와 일본으로 향하고 있어 엔고가 한번 발동이 걸리면 급속히 진행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방통행식의 엔고에 대한 저항감도 아직은 적지 않다.

우선 곧 발표될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이 지난 1분기 (1.9%)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제자리 걸음에다 민간소비가 생각 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주가하락이 일본의 주가를 함께 끌어내리고 있어 이것이 엔화의 단기급등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도쿄미쓰비시은행.니혼생명.다이이치강교은행 등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연말의 엔화가치를 대체로 최고 1백10엔, 최저 1백30엔으로 잡고 있다.

좀더 범위를 좁히면 1백15~1백25엔대로 예상하는 딜러들이 많다.

◇ 중국 위안화 절하되나 = 홍콩에서는 현재 '10월 위안화 절하설' 이 파다하다.

10월 1일 건국 50주년 기념식을 끝낸 뒤 번개처럼 평가절하를 단행한다는 얘기다.

절하가 이뤄진다면 그 폭이 20%선이 될 것으로 홍콩 금융계는 잡고 있다.

97년 7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경쟁국별 평가절하폭 (동남아국가연합 40%.한국40%.대만 20%.일본 20%) 을 감안할 때 위안화의 '실제유효환율 절상폭' 이 10%에 달하는 만큼 최소한 20% 정도의 평가절하는 이뤄져야 수출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위안화 절하설이 다시 불거져 나온 배경은 내수부진이다.

'철밥그릇.철의자' 로 상징되던 국가복리정책이 무너지자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저축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가라앉은 것.

최근 다이샹룽 (戴相龍) 인민은행장의 '위안화 시장방임론' 과 중국사회과학원 둥푸렝박사의 '위안화 연내 절하 불가피론' 은 특히 주목된다.

그러나 중국당국이 당장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 김종수.홍콩 = 진세근.도쿄 =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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