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배구판 파행' 해법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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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구단들의 극심한 이기주의로 배구판 자체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현대자동차 배구단이 삼성생명의 신인 싹쓸이 스카우트에 반발, 국가대표로 뽑힌 후인정.이인구.방신봉 등 3명을 대표팀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자 배구협회는 21일 이들 3명과 구단을 징계위에 회부했다.

선수선발 (드래프트) 문제로 시작된 '싸움' 이 벌써 10개월째 이어지며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현대.LG화재.대한항공 등 3개 구단은 삼성생명이 싹쓸이해간 대졸 신인 장병철. 최태웅. 석진욱. 명중재 등과의 계약을 무효화하고 드래프트를 실시하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삼성은 '어림없는 일' 이라며 버티고 있다.

구단들간의 싸움으로 국내 실업배구는 지난 2월 슈퍼리그 이후 단 한번의 대회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도 "경기가 없는데 무슨 훈련이냐" 며 내키지 않는 휴가를 즐기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팀에서는 무용론에 따른 해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배구인들은 서로의 잘잘못을 따질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생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생방법의 묘수는 바로 스카우트다.

삼성화재는 '적법한 절차' 로 스카우트한 신인들을 내줄 수 없다고 하지만 다른 구단들의 협상안인 장병철을 제외한 신인선수들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이것이 서로의 명분을 세워주면서 실속을 챙길 수 있고 전체 배구판을 살리는 길이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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